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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19 13:26:28
  • 최종수정2015.08.19 13:26:48

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지난 5개월 동안 무척 힘들었습니다.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이 많아서 힘들었고,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은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을 통해 한 발자국 성장했다는 보람으로 가슴이 뿌듯합니다. 저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열정을 아끼지 않으신 교관님들과 대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기쁨과 영광을 저의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해 여보!"

전투조종사의 최고 교육과정인 전술무기교관과정(Fighter Weapon Instructor Course) 수료식에서 남긴 조종사의 소감문이다. 요즘 남편들이 기념할 만한 일이 있으면 의례히 말하는 어투이다. 글을 쓰는 작가들도 책의 머리글에 빠트리지 않고 언급하는 말이 가족에 대한 감사이다. 그만큼 가족 사랑이 중요시되고 그 사랑에 대한 표현이 공식처럼 되어있는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소감문의 말미는 응당 해야 할 인사치레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이어진 뒤풀이에서 "사랑해 여보"라는 그 가벼운 표현이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신혼의 남편은 만삭인 아내를 혼자 근무부대 아파트에 두고 교육에 들어 왔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던 어느 날, 아내는 남편이 너무 보고 싶어 멀리서 차를 몰아 현재의 부대 앞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잠시 동안 서로의 얼굴만 확인하고 남편은 숙소로, 아내는 먼 길을 되돌아가야 했단다. 그 후 고통스러운 산고도 혼자 겪어야 했고, 산후조리를 할 때에도 잠깐의 주말시간이외에는 같이 있어주지 못했단다. 그 다음날 비행을 해야 하는 조종사의 아내이기 때문이었다.

남편도 아내와 함께 임신하고 산고를 겪는다는 요즘, 일제강점시대 독립군 가족이야기 같은 일이었다. 비단 그 조종사만의 이야기가 아닐 터. 참석한 가족들이 너도나도 눈시울을 붉히더니 일시에 수료식 뒤풀이가 숙연해졌다. 몇몇 동료조종사들이 분위기를 바꾸려고 잠시 아기를 맡겨두고 참석한 아내를 향해 함성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냈다. 아내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하다는 말을 조심스레 꺼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33년 전 나의 아내도 그랬다. 출산 예정일을 보름이나 앞두고 처가로 아예 보따리를 싸서 보내야만 했다. 출산 후 3일 만에 고생한 아내, 사랑스런 딸과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며칠 후 집으로 돌아왔지만 2년 넘게 각방을 사용해야 했다. 두어 시간마다 악을 쓰며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줄이기 위해 옆방의 아내는 전쟁을 치르듯 밤을 지새웠다. 차라리 일주일에 2~3일씩 야간 비상대기실에 들어가는 날이 아내에겐 마음이 더 편하다고 했다. 그 시절엔 그게 일상이었고 모두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지금도 조종사의 아내는 독립군 뒷바라지하듯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저릿해왔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어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마음을 함께 나눌 줄 아는 것 같다. 고통을 잘 감내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만 부당하게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분풀이를 하려고 한다. 삶이 힘들 때, 닥친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는 일은 역시 가족이 제일이다. 나보다 남편이, 혹은 아내가 더 힘들 것이라 생각하는 것, 그것이 '가족사랑'의 출발이다.

그날의 조촐한 수료식에 가족이 참석토록 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수료식 마지막 순서는 아내가 나와서 과정수료를 상징하는 독수리문양의 노란패치를 남편의 조종복 어깨에 달아주는 행사로 이어졌다. 대대장과 교관들이 직접 교육하고 훈련을 시켰지만, 아내의 내조 또한 중요한 밑거름이었음을 확인하는 의미였다. 최고를 의미하는 노란패치를 달아주며 조종사인 남편이 그때만큼 든든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고, 힘든 가운데서도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온 아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단다.

후배조종사이자 조카사위인 조대위의 전술무기교관과정 수료식을 바라보면서 나 역시 가슴 뿌듯해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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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