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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군대 내에서 지휘관 한 사람의 모습이 부하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수직적 조직체계를 갖춘 사회에서는 다 비슷하겠지만 나라를 지킨다는 대의大義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 사람의 멋진 지휘관으로 인해 수많은 부하들과 후배들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는 꿈을 꾸게 만든다. 역사적으로도 영웅은 군인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내 기억 속에도 존경해 마지않는 멋진 대대장이 있다. 겉모습도 남자답지만 호탕한 성격에 유머감각마저 갖추고 있어서 누구나 호감이 가는 분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대대원들을 아끼는 생각이 남달랐다. 한 후배 조종사가 술에 취해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을 때였다. 대대의 기강을 무너뜨릴만한 실수였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대대장이 내린 처분은 우리들의 추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대대장의 말을 잘 따르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모범생들만 있다면 누구인들 대대장을 못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진정한 대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문제를 일으키는 대대원이 있다면 그들을 다독이고 가르쳐서 정상적인 군인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대대에서 방출될 위기에서 살아난 후배조종사는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입었고, 우리들은 커다란 교훈을 배웠다. 마침내 내가 대대장이 되었을 때 그분의 모습이 줄곧 나의 지표가 된 것은 당연지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분은 임기를 마친 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전역을 신청하고 다른 길로 가버리셨다. 무슨 연유가 있어 의욕에 차 있던 그분을 전역하시게 만들었는지 당시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 일로 인해 우리들의 심리적 충격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어린 마음에 그 분을 전역하게 만든 공군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그때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비행교육대대의 대대장이 2년의 임기를 마치면서 전역을 하겠다고 털어 놓았다. 비록 연륜이나 사관학교 졸업기수 차이가 많은 후배이지만 존경했던 그분을 떠올릴 만큼 훌륭한 대대장이라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역이라니· 또 다시 폭탄을 맞은 기분이었다.

군 조종사의 전역은 민간항공사로 간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하늘을 지킨다는 큰 뜻을 향한 비행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가족과 개인의 행복을 위한 비행을 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또한 지智와 덕德을 겸비한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올곧은 성격은 이제 조종사의 길을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귀감으로 생각해왔는데 갑작스런 진로변경으로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공군을 이끌고 갈 중요한 역할을 내려놓고 민간항공사의 평범한 조종사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다니 그가 갈고 닦은 인격과 자질이 아깝고 안타깝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가던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 욕망이 있나보다. 그도 많은 시간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져지고 쌓아온 경력과 노력한 결과가 엄연한데 그것들을 미련 없이 내려놓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길을 새롭게 도전하게 된 것은 공군에 희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멋있는 삶을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끝까지 생각의 전환점이 된 그 이유를 묻지 않기로 했다.

나는 지금도 우직하게 한 길을 끝까지 가는 것이 멋있는 삶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수많은 외부의 유혹과 내부적 갈등을 이겨내고 처음 생각했던 가치관을 끝까지 고수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군을 떠나 더 나은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세태와 타협하는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최선을 다해 주어진 역할을 다했으니 이제는 다른 길을 찾는 것도 멋있는 일인 것 같다. 다만 나처럼 심리적 충격을 받는 후배들이 적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공군에는 훌륭한 지휘관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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