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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중원대학교 초빙교수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이제 더위도 지쳐 막바지에 이르렀나 보다. 가을이 다가오면 귀가 밝아지는 이유가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알게 모르게 공기 중의 습기가 빠져나가고 한층 투명해진 아침 산책길도 크고 작은 새소리들로 부산했다. 늘 다니던 산책길이었지만 오늘 아침은 새로운 아침,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문득 저들의 소리 소리들을 해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절하게 부르짖고, 시끄럽게 재잘대는 저들의 소리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똑같은 음의 반복으로 들리는 저 소리에도 분명 암호처럼 내밀한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에 개입할 수는 없어도 한 철을 살다 가는 저들은 무엇을 걱정하고, 무슨 말로 사랑을 청하는지 알고 싶어진다. 그래서 저들의 삶도 우리 인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비록 미물에 지나지 않지만 저들의 삶 또한 고단하고 아슬아슬할 텐데 어찌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없으랴. 어쩌면 인간들보다 더 치열한 생존경쟁을 겪고 있지만 더 의연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서로 아등바등 싸우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라도 있다면 귀담아 들어보고 싶다.

옛날 산속에서 오랜 기간 수행을 한 선사님들은 짐승이나 새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글로 남겨놓지 않아서 내용을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러한 사실이 있다고 하니 나도 주의 깊게 저들의 삶을 살핀다면 어느 정도의 언어는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종류의 언어를 주고받지만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요즘 사람들의 언어보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언어에는 꼬투리와 뒷다리가 있지만 저들의 언어에는 말로써 서로 할퀴거나 걸고넘어지는 반칙은 없을 것 같다. 이기주 작가는 말했다. 사람들의 말에는 온도가 있고 품격이 있으며, '무엇을 말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동영상이 두 달도 안 되어 1억 회의 유튜브 조회를 돌파하더니 얼마 후 4억 회를 넘고, 8억을 뛰어넘었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은 그는 미국, 호주, 프랑스를 거쳐 영국 명문대 옥스포드 강단에 섰다. 한국의 한 무명가수에 불과했던 그가 갑작스레 유명인사가 되어 최고의 지성인을 자부하는 사람들 앞에 섰을 때, 그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것도 영어로…. 하지만 단숨에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가 사용한 영어는 지극히 단순했다. 언어를 통한 의사전달이라는 것이 결코 지식이나 언변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평소 사용하던 말투로 마치 친구 몇 명이 모인 자리에서 수다를 늘어놓듯 말했다. 때론 비속어를 섞어가며 풀어가는 그의 이야기는 그의 춤과 노래 못지않게 사람들을 웃기고 감동시켰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저의 춤을 따라하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기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몸을 마구 흔들며 말춤을 추는 여러분들이 행복해 보여서 기쁩니다. 그리고 미안한 점은 한글로 된 노래가사를 여러분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 점입니다. 그러나 멋지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은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아마 여러분은 각자 자신만의 '강남스타일' 가사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나는 나대로의 가사로 노래 부르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춥니다. 이게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그 덕분에 오늘 대한민국의 한 가수가 옥스포드에 서게 되었고, 여러분들은 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이건 정말 꿈같은 일입니다.』

이즈음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의 언어는 암컷을 향한 절박한 구애의 노래다. 하지만 그 노래에 실린 가사를 사람들은 가을의 시와 음악으로 연결 짓는다. 원래의 뜻이야 어떻든 상관없이 멋있게 해석한다. 그래서 가을엔 아름다운 노래들로 가득하다. 하물며 가을엔 바람도 사랑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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