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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1.29 15:40:10
  • 최종수정2023.01.29 15:40:10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아직 흔적 아른거리는데 옷 반듯하게 걸어놓고 착잡하게 앉아 두 손 모아 묵주기도 올리며 엎드려 있다. 사라진 그림자, 거짓말처럼 사라진 이마를 다시 만질 수 없다.

벌써 1월이 끝나가고 있다. 나는 소박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슬픔은 산자 몫이다. 감사할 일도 있겠고, 내 자신에게 물어볼 것 또한 많다. 1년 동안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선하게 살려 했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했다. 긁히기도 하고 긁어보기도 했다. 아닌 척 감추며 침묵하고, 눈 감고 있다가 상처가 곪아 터지고 말았다. 잘못 맺은 인연을 끊겠다고 했던 침묵.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묻지 못하는 사이 스스로 정리돼버린 인연들이 아쉬운 시간이다. 애석한 인연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 전략 -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 이해인, 「인연의 잎사귀」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면 천개 바람으로 옆에 있는다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무심한 바람, 찬바람을 잡아보는 떠도는 인연이 많이 그립고, 또 많이 아쉽다.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에 대한 인연을 생각해본다. 인연에 대해 법정스님은 "선한 인연을 만나면 마음이 선해지고 나쁜 인연을 만나면 마음이 악해진다."고 했다. 즉 "선한 인연을 가까이하라"는 가르침이다.

삶은 무겁기도 하거니와 고해로 괴로움이 끝이 없는 세상이기에 이겨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태어나서 늙어가고, 늙으면 병은 자연스런 친구가 된다. 그러다 신이 목적한 죽음에 이르는 것, 生이 있으면 滅하는 것은 누구나 거역할 수 없는 자연 이치다.

이러니 자연스레 좋은 인연만나 마음을 위로받고 살며시 살포시 어깨에 기대고픈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마음을 나누며 내편 들어줄 사람, 투박한 손으로 "네가 널 지켜줄게"하며 손잡아주는 든든한 기둥 되는 사람,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헤치고 나갈 힘이 되어주는 사람과 인연은 참으로 중요하고 크고 아름답다할 수 있다.

인연에 대한 그림, 그리고 그리움이 레테강을 건너가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고 있다. 살다보면 일순간 좋을 때가 있고, 싫을 때가 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싫다고 싫어하지 말고 싫어하는 마음이 어떠한지 살펴보고 좋다면 그냥 좋아하지 말고 좋아하는 마음이 어떠한지 살펴보면서 인연을 만들어가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처럼 인연은 이렇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제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은 몸을 버리고 별이 되고 말았다.

하늘이 목적한 이유가 있기에 훌쩍 데리고 갔나보다. 새해엔 새롭게, 희망차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저 멀리 반짝이고 있는 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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