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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개가 내리던 날이다. 겨울 날씨와는 무관하게 포근한 날이 며칠 이어졌다. 주말마다 어머니가 계신 고향을 찾는 나에게는 따뜻한 기후가 반갑기 그지없다. 그날은 는개가 종일 내렸다. 길을 나서고 보니 는개는 내리고 안개는 피어올라 코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둑어둑했다. 운전을 하는 길이 자주 오가는 길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자동차에 안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이고 눈에 힘을 주고 안전에 온통 신경을 쏟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있는 대로 속도를 내 번개처럼 지나가는 차가 이따금 있어서 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편찮으신 어머니를 위해 오늘은 무슨 음식을 준비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며 가던 길이지만 는개와 안개에 갇혀서 생각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미리 준비해 놓은 장바구니에도 무엇이 담겼는지 선뜻 생각이 나질 않았다. 평소보다 길이 멀고 느리고 답답하다는 느낌과 낯설기까지 해서 지루하다는 느낌으로 잘 보이지 않는 앞만 주시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큰길에서 마을로 접어드는 강둑길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넓은 강바닥에 허옇게 피어 흔들리던 억새는 보이지 않고, 강둑을 따라 멋지게 자란 느티나무들이 확신을 주듯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때 느끼지 못했던 반가움이 몰려왔다. 아울러 저길 끝에 어머니가 계신다고 생각하는 순간 길이 환해졌다. 는개와 안개로 가려졌던 풍광이 되살아났다. 연신 밖을 내다보고 계실 어머니 생각에 느티나무 늘어선 강둑길을 기분 좋게 달렸다.

어머니는 예전처럼 밖으로 달려 나와 반기진 못하지만 장바구니를 보며 여전히 힘들게 무엇을 이렇게 많이 사 왔느냐고 하시며 미안해하셨다. 겨우 몇 걸음씩 걸을 수 있는 어머니가 식탁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눈빛이 그렇게 그윽하고 따뜻하고 좋을 수가 없다. 나는 요리를 하며 어머니께 요리 방법을 묻곤 한다. 어머니는 나박김치를 담글 때는 양배추를 넣으면 맛있고, 배를 넣으면 시원하고 달큰한 맛이 나서 좋고, 간은 소금으로 해야 한다는 설명도 잊지 않으신다. 봄동 겉절이를 할 때는, 이 추운 겨울에도 이렇게 푸른 채소를 먹을 수 있으니 좋다고 하시며 즐겁게 바라보신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매운 음식을 멀리하게 된 어머니에게 고춧가루를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도 꼭 보여드린다. 그리고 전에는 신 음식을 아주 좋아하셨는데 지금은 신 음식을 못 드시게 돼서 식초를 넣는 것도 반드시 어머니 답변에 따른다.

고기에 버섯과 양파를 넣어 구워서 점심 식탁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여럿이 함께 먹으니 더 맛이 좋다고 하며 어머니도 고기와 묵은지를 맛있게 드셨다. 어머니가 맛있게 잘 드시니 가족들도 모두 맛있고 행복한 점심시간을 맞이하게 돼서 참 좋았다.

오후에는 어머니 족욕을 해 드렸다. 따끈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발가락 사이와 발바닥을 깨끗하게 씻겨 드리고 다시 한 차례 더 따끈한 물에 발을 담그게 해 드리면 온몸이 따뜻해진다며 좋아하신다. 가끔 장난스레 발바닥을 간지럽게 닦으면 활짝 웃으신다. 나는 그 웃음이 보기 좋아 은근히 장난을 치기도 한다. 어머니가 편찮으시기 전에는 발에 굳은살이 박히고 뒤꿈치가 갈라지도록 농사일을 하시느라 당신 몸을 돌볼 시간조차 없으셨는데….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걷는 것이 힘들고 걷는 횟수가 줄어들자, 어머니의 발은 아기의 발처럼 부드러워졌다. 발을 디딜 수 있는 힘이 부족하고 걷는 힘도 약해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의 발을 씻겨 드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 어머니가 곁에 계셔 주셔서, 발을 씻겨 드리고, 손도 마사지해 드리며 몸도 씻겨 드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어머니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하고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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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