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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모두 머리를 마주하고 모여들었다. 깨알처럼 작은 글씨를 살펴보는 눈빛이 유난히 더 반짝인다. '돼지고기'를 찾는 우리 한국어 교실의 뜨거운 풍경이다. 숨은 그림을 찾거나 게임을 하듯이 모두 하나가 되는 시간, 매우 절묘한 순간이다.

러시아, 베트남,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우리 한국어 교실 친구들이, 한국어로 쓰인 작은 과자봉지에 표시된 '제품 함유성분'을 찾아 읽는 모습이다. 이 순간에는 서로 밀거나 다투지 않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감싸주고,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배려하고 모두 하나가 된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한국어 강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에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와 학생들 고향의 언어와 문화 등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배우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으며, 나 또한 이런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돼지고기를 찾는 오늘 같은 날은 더욱 그런 날이다. 아울러 한국어 강사인 내가 초등학생인 우리 친구들에게 배우는 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한국어 교실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무슬림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종교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과자에도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 간 것은 먹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간식을 먹을 때, 하필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 간 것을 먹게 되면 그 친구만 간식을 먹지 못 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런 일이 있고 우리는 문화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일기를 소개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일기 내용이다.

'우리 가족은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학교 급식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와서 힘들 때도 있다. 처음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마다 먹는 음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문화가 다르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점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후, 친구들이 모두 그 무슬림인 친구를 이해하게 됐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과자를 사오거나 간식을 먹을 때 모두 돼지고기 찾기를 하게 된 것이다. 제품 함유성분 표시에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으면 서로 환호하며 좋아했고, 반대로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가 있으면 걱정 가득한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안타까워하며 아쉬워했다.

어느새 한국어 교실은 따뜻한 관심 속에 가족적인 분위기가 되었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어 먹을 줄 알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날씨가 덥다며 학생들이 부쩍 물을 많이 찾고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가 하면 음료수를 가져 오기도 했다. 하루는 베트남에서 온 친구가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캔에 담긴 음료수를 샀다며 들고 왔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급히 뭔가를 찾듯 두리번거렸다. 무엇을 찾느냐고 물으니 컵을 좀 달라고 했다. 캔을 들어 보이며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두 바르게 앉게 하고 친구의 마음을 전했다. 그 순간 양팔을 책상에 모으고 바르게 앉아 귀를 기울이던 한국어 교실 친구들의 눈이 하나로 모아졌다. 그리고 동시에 캔 음료수가 있는 자리로 모여들었다.

이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캔에 적힌 제품 함유성분 표시를 보며 '돼지고기'를 찾는다. 돼지고기가 발견되지 않자 다시 환호하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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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