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8.9℃
  • 맑음강릉 22.4℃
  • 맑음서울 19.9℃
  • 구름많음충주 20.2℃
  • 구름많음서산 19.0℃
  • 흐림청주 20.2℃
  • 구름많음대전 19.8℃
  • 구름많음추풍령 17.9℃
  • 대구 18.8℃
  • 울산 18.1℃
  • 광주 12.3℃
  • 부산 17.4℃
  • 흐림고창 13.9℃
  • 구름많음홍성(예) 20.9℃
  • 제주 12.4℃
  • 흐림고산 11.1℃
  • 맑음강화 16.8℃
  • 구름많음제천 17.9℃
  • 구름많음보은 18.5℃
  • 맑음천안 20.0℃
  • 맑음보령 22.0℃
  • 흐림부여 19.3℃
  • 흐림금산 18.4℃
  • 흐림강진군 13.8℃
  • 흐림경주시 19.6℃
  • 흐림거제 13.8℃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모두 머리를 마주하고 모여들었다. 깨알처럼 작은 글씨를 살펴보는 눈빛이 유난히 더 반짝인다. '돼지고기'를 찾는 우리 한국어 교실의 뜨거운 풍경이다. 숨은 그림을 찾거나 게임을 하듯이 모두 하나가 되는 시간, 매우 절묘한 순간이다.

러시아, 베트남,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우리 한국어 교실 친구들이, 한국어로 쓰인 작은 과자봉지에 표시된 '제품 함유성분'을 찾아 읽는 모습이다. 이 순간에는 서로 밀거나 다투지 않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감싸주고,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배려하고 모두 하나가 된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한국어 강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에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와 학생들 고향의 언어와 문화 등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배우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으며, 나 또한 이런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돼지고기를 찾는 오늘 같은 날은 더욱 그런 날이다. 아울러 한국어 강사인 내가 초등학생인 우리 친구들에게 배우는 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한국어 교실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무슬림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종교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과자에도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 간 것은 먹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간식을 먹을 때, 하필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 간 것을 먹게 되면 그 친구만 간식을 먹지 못 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런 일이 있고 우리는 문화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일기를 소개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일기 내용이다.

'우리 가족은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학교 급식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와서 힘들 때도 있다. 처음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마다 먹는 음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문화가 다르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점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후, 친구들이 모두 그 무슬림인 친구를 이해하게 됐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과자를 사오거나 간식을 먹을 때 모두 돼지고기 찾기를 하게 된 것이다. 제품 함유성분 표시에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으면 서로 환호하며 좋아했고, 반대로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가 있으면 걱정 가득한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안타까워하며 아쉬워했다.

어느새 한국어 교실은 따뜻한 관심 속에 가족적인 분위기가 되었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어 먹을 줄 알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날씨가 덥다며 학생들이 부쩍 물을 많이 찾고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가 하면 음료수를 가져 오기도 했다. 하루는 베트남에서 온 친구가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캔에 담긴 음료수를 샀다며 들고 왔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급히 뭔가를 찾듯 두리번거렸다. 무엇을 찾느냐고 물으니 컵을 좀 달라고 했다. 캔을 들어 보이며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두 바르게 앉게 하고 친구의 마음을 전했다. 그 순간 양팔을 책상에 모으고 바르게 앉아 귀를 기울이던 한국어 교실 친구들의 눈이 하나로 모아졌다. 그리고 동시에 캔 음료수가 있는 자리로 모여들었다.

이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캔에 적힌 제품 함유성분 표시를 보며 '돼지고기'를 찾는다. 돼지고기가 발견되지 않자 다시 환호하며 즐거워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이을성 신임 충북우수중소기업협회장 취임

[충북일보] 이을성(62·에스에스지에너텍 대표이사) 8대 (사)충북우수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이 8일 충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충북우수중소기업협의회는 이날 정기총회와 회장 이·취임식을 진행했다. 정기총회는 △협의회 운영 경과보고 △감사보고 △주요 안건 심의 등이 이뤄졌다. 2부 회장 이취임식은 박종관 회장의 이임사와 협회기 인수인계에 이어 이을성 신임 회장의 취임사와 감사패 전달이 진행됐다. 박종관 회장은 이임사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충우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회원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회원사의 사업 발전과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을성 신임 회장은 △지속가능한 충우회 △회원 확충을 통한 질적·양적 도모 △충우회 회원사들을 위한 교육, 정보, 지원사업 등 실질적 도움을 확장시켜 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내외적으로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의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된다"며 "중소기업인들이 그 역할을 책임져오는 시간이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배님들이 지나온 길을 잘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