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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좋은 새엄마도 있어요. 우리 엄마는 진짜 좋은 새엄마예요."

베트남이 고향인 학생이 한국어 수업 중에 건넨 말이다.

순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의 새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진지한 질문이 마음 속에 들어와 맴돌았다. 고정관념 속에 자리 잡은 우리들의 새엄마….

나는 한국어 교육자로서 우화나 동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수업을 자주하는 편이다. 이야기는 흥미를 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화를 익히게 하며 보다 풍부한 생각을 하게 되므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수업 방법 중 하나이다.

얼마 전, '장화홍련전'을 가지고 한국어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스토리를 문단으로 나누어 전체 학생들이 역할을 맡아 참여하고 모르는 어휘는 따로 표시하도록 하여 설명을 해준다.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돌아가면서 읽지 않았던 부분을 맡아 다시 읽히며 전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내용을 파악했는지 이야기의 순서를 맞히는 문제를 풀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동안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게 된다. 특히 장화와 홍련을 향하는 새엄마의 거친 말과 행동은 누구라도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때 베트남이 고향인 학생이 좋은 새엄마도 있다고 말을 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접하게 되는 친근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는 많은 새엄마가 등장을 한다. 그리고 하나 같이 부정적이며 두렵고 무서운 이미지를 담고 있어 고정관념 속 새엄마는 반갑지 않은 이름이 되어버렸다.

잠시, 몇 편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장화홍련전'에서는 장화와 홍련의 어머니가 병으로 죽자, 그의 아버지는 허씨를 재취로 맞이한다. 새엄마인 허씨는 장화와 홍련에게 갖은 학대를 한다. 허씨와 그의 아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장화는 결국 연못에 빠져죽게 된다. 새엄마 허씨는 남은 홍련도 미워한다. 이에 홍련은 언니인 장화를 그리워하다가 장화가 빠진 그 연못에 가서 빠져 죽게 된다.

'콩쥐팥쥐'에서는 콩쥐의 어머니가 죽자, 새엄마가 자신의 딸인 팥쥐를 데리고 들어오게 된다. 새엄마는 일을 시킬 때나 잔치에 갈 때도 콩쥐와 팥쥐를 차별한다. 콩쥐에게는 나무 호미를 주고 팥쥐에게는 쇠 호미를 주며 일을 하게 한다. 잔치에 가면서 콩쥐에게는 밑 빠진 독에 물 길어 붓기, 벼 찧기, 삼 삼기, 베 짜기 등을 시키며 모두 마치고 잔칫집에 오라는 아픈 여운을 남긴다.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도 역시 새엄마와 의붓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며 궂은일을 하게 된다.

'백설공주'에서는 왕비인 어머니가 백설공주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죽자, 새엄마가 왕비로 들어오게 된다. 새엄마는 허영심이 많고 욕심도 많은 사람이다.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사냥꾼에게 숲에 데리고 가 죽일 것을 부탁한다.

동화 오페라라고 불리는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역시 새엄마가 헨젤과 그레텔을 죽이고자 아버지에게 숲에 가서 버릴 것을 청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누구나 쉽게 접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우리들의 새엄마는 나쁜 사람으로 각인이 되어 있다.

전래동화나 우화, 민화 등을 활용하여 한국어 수업을 하다보면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 것을 자주 접한다.

'선생님, 우크라이나에도 이런 이야기 있어요.'

'맞아요. 태국에도 있어요, 선생님!'

'필리핀에도 이런 거 많아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이미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수업이 순조롭고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를 이루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아니 모든 현대인들에게 새엄마의 존재가 너무도 편향적인 것은 아닌지….

선뜻 위의 이야기들을 수업자료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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