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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한가위를 3주나 앞두고 미리 추석 연휴에 초대를 받았다.

 우리는 꽤 오래 된 스승과 제자 사이다. 대전에 살고 있는 그녀는 중국에서 온 다문화가족이다. 요리 솜씨가 뛰어나 음식 맛을 인정받았으며 유명 식당에서 일한 지 12년째 접어들었다.

 그런 그녀가 가끔 안부를 묻고 보고 싶다며 연락을 해온다. 하지만 한동안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일찍이 연락을 해서 추석 연휴 첫 날에 만나자고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명절에 특별한 계획이 없던 나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 된 셈이다.

 귀성길이 복잡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버스를 탔다. 대전으로 향하는 경부고속도로가 꽉 막혀서 시간이 좀 지연되었다. 하지만 즐거운 나들이 길이기에 마음이 가벼웠다. 대전에 도착해서 다시 급행 2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 올라 그녀에게 버스를 타고 막 출발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짧은 대답이 돌아왔고 20분 뒤에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시간에 맞춰 음식을 차려 놓고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를 막 끓이고 있었다. 앉으라며 자리를 권하곤 음식을 덜어 먹을 접시와 수저를 건넸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 음식은 매우 푸짐하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만두인 자오즈와 빠오즈, 생선조림, 중국식 가지요리와 훠궈 등 식탁이 풍성했다.

 다른 제자까지 두 명 더 와서 식탁에 둘러앉으니 사람도 이야기도 더 더욱 풍성해졌다.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따뜻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추석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어교실에서 추석을 앞두고 송편과 한과와 식혜를 간식으로 먹고, 제기차기와 공기놀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모두 흥미로워했다.

 그날 먹은 송편에는 솔잎이 붙어 있었다. 한국어교실 초등학생들이 솔잎에 관심을 보였다. 송편보다 솔잎을 하나씩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뾰족한 솔잎을 들어 보이며 먹어도 되는지 물었다. 솔잎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자 개구쟁이들은 장난을 치기도 하며 즐거워했다.

 2학기부터 한국어교실에 나오기 시작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초등학교 1학년 블라디미르는 송편을 처음 먹어본다며 한 입 물었다간 토하듯 고스란히 뱉어냈다. 낯선 음식이어서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힘들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줬다. 그러자 우크라이나에서 온 초등학교 2학년 나디야가 블라디미르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너, 음식을 이렇게 버리면 안 돼. 아프리카에는 음식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많대. 알겠어?"

 나디야의 야무진 한 마디에 한국어교실 친구들이 바르게 고쳐 앉으며 송편을 먹었다. 한과는 맛이 없다며 싫어하고 약과는 베트남과 중국의 월병과 비슷하다며 하나씩 들고 반가워했다. 식혜를 마시며 왜 밥이 들어있느냐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쌀로 만든 음료수라고 설명을 해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마신다.

 간식을 먹으며 자연스레 한가위 명절을 알게 되었다. 제기와 공기를 가지고 전통놀이를 하자 모두 즐거운 모양이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친구들은 제기를 가지고 놀이를 하고, 베트남, 태국, 필리핀에서 온 친구들은 둥글게 앉아 공기놀이를 했다. 서로 규칙을 정해서 순서를 지키며 기다리고 양보를 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어울려 노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동안 묵혔던 이야기를 나누며 다채로운 한가위를 떠올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들은 쏜살같이 지나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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