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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8시 10분에 전화를 한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벨이 한참 울려도 반응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내 귀는 길어진다. 생각의 끈도 방향 없이 흔들린다. 그럴 때면 좋은 생각보다 그렇지 못한 생각으로 불안해지기 일쑤다.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아 다시 통화를 시도해 본다.

어렵게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면서 대화를 한다. 아까는 무엇을 하셨는지부터 묻는다. 전화를 안 받아서 궁금했다고. 내가 하기는 뭘 하느냐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는 어머니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힘없는 목소리가 흐물흐물 이어진다.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으면 뭔 걱정이겠어….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여 활동이 자유롭질 못하다. 그래서 지팡이에 의지해 움직여야 하며 늘 불안하다. 그런 이유로 전화 통화가 안 될 때는 불안감이 배가 된다.

통화를 할 때는 어머니의 음성에 따라 그날 컨디션을 짐작할 수가 있다. 목이 심하게 잠겨있을 때가 있고, 입안이 말라서 발음이 부자연스러울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대화를 한다. 물을 자주 드시라는 말을 가장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면 어머니는 물을 마시고 싶지 않다고 대답을 하신다. 나는 다시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입술만 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제야 알겠다고 하신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아침마다 어머니와 통화를 하자니 나도 모르게 형식적이면서 늘 잔소리에 가까운 통화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늘 어머니가 즐겁게 기다리는 시간이 되도록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력을 자주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날의 날씨는 물론 사계절과 이십사절기에 맞춰 어머니와 대화를 한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어머니는 절기에 따라 농사에 관한 이야기 꾸러미가 가슴 속에 들어있다. 가을이 되자 아침에 안개가 자주 껴서 통화 메뉴에 안개 이야기가 등장하곤 했다. 안개에 운전 조심하라는 당부도 들어있었다.

지난주에는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 절기가 있었다. 입동 아침에도 어김없이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아침은 잘 드셨는지, 그리고 약도 드셨는지 여쭙고 바로 입동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입동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어머니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어머니가 이야기 꾸러미를 풀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입동이면 추수가 거의 끝나고 김장을 할 시기라고 하셨다. 아울러 올해 텃밭에 심은 배추가 아주 실하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에 힘이 빠지는 듯하였다. 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여 손수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마음이 불편해지신 것이다.

어머니는 꽤 오래전부터 투병 중이다. 농사일은 물론 농촌의 생활이 눈에 선한데, 직접 움직일 수가 없어서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신다. 그동안 투병 중에도 동생에게 농사 일기를 일러주셨다. 거기다가 메주를 쑤고, 메주를 띄워 간장과 된장은 물론 고추장을 담그는 것도 전수하셨다.

어머니는 음식을 아주 조금 드신다. 입동날 아침에는 무엇이 드시고 싶으냐고 여쭈니까, 처음으로 감자가 드시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머니는 동생이 감자국을 끓여드렸는데, 정말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셨다. 나는 평소 어머니가 무엇이 드시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서 감자라는 말이 너무 반갑게 들렸다. 그래서 다음날에 어머니를 뵈러 가기로 약속을 했다. 과일과 감자, 두부와 야채 등을 사 가지고 어머니를 뵈러 고향엘 다녀왔다.

어머니는 장독대 옆 마루에 앉아 햇볕을 쬐고 계셨다. 이것저것 가져간 물건들을 꺼내 놓자 어머니의 시선은 감자에 머물렀다. 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어렸을 때 엄마가 들기름 두르고 소금 넣어 찐 감자가 제일 맛있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자 어머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머니는 힘든 몸을 이끌고 들기름 둘러 감자를 쪄 주셨다. 감자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온 집안에 들기름 향기가 가득했다.

통화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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