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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주말에 고향엘 다녀왔다. 어머니가 지키고 계신 고향 들녘은 늘 평온하다. 험한 장맛비가 지나갔지만 아무런 문제 될 게 없다는 듯이 그저 푸르다.

장독대 옆에는 봄부터 피기 시작한 카네이션이 시나브로 피고 지기를 반복해 왔는데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뒤란에는 원추천인국이 부화하듯 막 꽃잎을 펴기 시작했고 이파리에서는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집을 한 바퀴 돌자 보리수나무 울타리 앞 돌담에서 목을 길게 뽑은 나리꽃 몇 송이가 창공에 박혀 나팔수 같은 꽃잎에 수많은 세상 이야기들을 점으로 받아 적고 있었다. 호박넝쿨 속에서는 노란 별 모양의 호박꽃들이 드나드는 벌들의 이야기에 귀동냥하며 더러는 졸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 마주하는 꽃들은 여느 계절에 비해 더 애틋해 보인다. 짙푸른 넝쿨 울타리에 매달려 주황빛으로 어우러져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능소화를 보면 특별히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길을 가다가 멈추기도 하고 다가가 사진을 찍기도 하며 은근히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넝쿨 아래 온전한 꽃송이가 나뒹구는 걸 보면 또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디 능소화뿐이랴.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나무껍질을 벗듯 곧추선 배롱나무 역시 꿋꿋한 여름 나무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는 이에게 저마다의 여름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무 더운 까닭인지 종이꽃처럼 얇고 섬세한 꽃으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며 수줍게 꽃을 내민다.

오늘은 한국어 교실에서 주말 지낸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시골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꽃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러자 학생들이 봄에 꽃구경 나갔던 기억을 떠올려 또 밖에 나가자고 했다. 봄이면 학교 화단에 아름다운 꽃이 가득했지만 여름에는 꽃이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날씨가 더워서 동요로 대신하기로 했다.

동요 '꽃밭에서'를 몇 번 들려주었다. 가사를 먼저 읽어보고 노래를 듣고 베껴 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랫말을 배우고 꽃밭을 그려보기로 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놀다가/아빠 생각 나서 꽃을 봅니다/아빠는 꽃 보며 살자 그랬죠/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노래를 영상으로 먼저 들어 보고 노랫말을 읽어봤다. 다 함께 읽어보고 다시 한 명씩 읽으며 발음을 체크했다.

"선생님, 여기 나쁜 말이 있어요. 노래에 왜 나쁜 말이 있어요?"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고 손가락으로 단어를 가리켰다. '새끼줄'을 가리키며 나쁜 말이 왜 있느냐고 거듭하여 물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가끔 있는 일이지만 오늘따라 표정 관리를 잘하지 못한 내가 참던 웃음을 학생들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선생님, 나쁜 말 좋아요?"

웃는 나를 보며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 다시 질문을 했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학생도 "어디~ 나쁜 말 어디?" 하며 노랫말에서 나쁜 말을 찾기 시작했다.

새끼줄을 어떻게 알려 줄 것인가? 학생들이 생각하는 '새끼'와 내가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낸 '새끼줄'의 간격이 너무나도 넓고 험난했다.

순간 꽃밭은 온데간데없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끼'를 찾아 길의 방향을 바꿨다. 영상 자료를 보면서 짚으로 꼬아 만든 줄인 새끼줄을 찾아보고, 어린 짐승인 강아지와 송아지 등을 찾아 귀여운 새끼들을 감상해 보기도 했다. '새끼'가 나쁜 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며 녀석들도 밝게 웃었다.

아이들이 꾸민 꽃밭에 꽃은 없었다.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아이는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고 평소 동물과 곤충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여러 가지 동물을 가득 그렸다.

아직도 새끼줄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나는 아이들의 그림 속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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