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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지난해를 마무리하면서 감사를 하고, 다시 한 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주문을 건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소 소원했던 사람과도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안녕을 빌면서 애써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올해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도깨비를 만났다. 느긋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유영선 동화작가의 동화 '왈랑왈랑, 쌍둥이 도깨비의 선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쌍둥이 도깨비인 깨비와 또비를 따라 도깨비감투를 쓰고 따라다녀 보았다. 어느 날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기숙사에 들어온 도깨비들이 장난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아파서 위험에 처한 학생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짓궂은 장난을 좋아해 학생들을 놀라게 하다가도 감쪽같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한번은 도깨비감투를 쓰고 국어시간 수업에 참여했다가, 동시를 외우게 된 주인공 민혁이가 깨비와 또비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동시를 따라 한 글자도 안 틀리고 발표한 일도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민혁이가 도깨비감투를 쓰고 잠깐 세상 사람들을 보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다니게 되는 귀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얼굴 가득 웃음을 지닌 사람들과 얼굴에 그늘진 사람들을 따라가 보기도 한다. 고아원에서 아이들의 얼굴에 햇빛처럼 눈부신 웃음을 보게 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공장에서도 웃음을 보게 된다. 아울러 얼마나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바르게 사는지, 웃음은 그런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며 말한다.

'웃음은 눈을 뜨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걸. 웃음은 마음이 부자인 사람과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들의 것이라는 걸. 그리고 많이 웃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걸.'

이 말은 나에게 한 해를 맞이하는 주문이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주문을 걸고 있다. 매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설렘과 기대를 갖고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운다. 나름대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짜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주문 가운데는 건강이 으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네 명이 함께 만나는 모임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서로의 새해 소망과 계획을 이야기했다. 우리 모임의 특징은 세대를 넘나드는 연령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십여 년을 넘나들지만 배움의 열정으로 만난 덕분에 늘 만날 때마다 배우게 된다. 서로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베풀려고 해서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풍성하다. 대화를 하다 보니 여지없이 건강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고 음식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꽃이 피었다. 몇 년 전에 80세를 넘긴, 모임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선생님께서는 요즘 운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갑자기 목소리를 키웠다. 대뜸 도깨비한테 홀렸었다는 말씀과 함께 눈이 휘둥그레지셨다. 햇볕 좋은 날에 집에서 가까운, 여름내 농사를 지었던 밭이 있는 낮은 산에 운동 삼아 올랐다가 길을 잃어 2시간이 넘게 헤맸다는 것이다. 산을 내려가다 보면 다시 같은 자리가 나오곤 해서 뭔가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아 식은땀을 흘리며 애를 먹었다고 하셨다. 그러자 이야기는 길을 잃거나 잘 다니던 길을 못 찾아 당황했던 경험들로 기울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 끝에는 잠시 도깨비한테 홀렸었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만난 도깨비가 어딘가에서 도깨비감투를 쓰고 있다가 귀가 가려워 감투가 벗겨지진 않을까 생각하며 웃었다. 웃으면서 모두의 바람을 마음속으로 주문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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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