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따뜻한 봄날에 꽃 선물을 받았다. 꽃이 한창 피는 사월이지만 꽃다지 꽃을 선물로 받은 나는 감탄사와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얼음이 되었다. 제자리에 서서 손바닥에 놓인 그 꽃을 마냥 들여다보고 또 보았다.
어른 새끼손가락의 세 마디도 안 되는 크기의 꽃다지는 좁쌀처럼 작고 노란 꽃이 피어 있고 꽃망울들이 붙어 있었다. 초록색 잎과 줄기에는 보송보송 솜털이 뽀얗고 줄기 아래쪽에는 금색 빵끈이 묶여 예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너무 소중하고 귀한 꽃이어서 내 안에서는 설렘이 크고 작은 동그라미가 되어 부풀어 올랐다.

꽃다지 꽃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들고 온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며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다. 키가 작고 귀여운 아이는 마음이 참 곱고 예쁜 녀석이다. 유난히 날짜를 잘 기억해서 한국어 수업 전에 늘 오늘이 며칠인지 내게 알려주곤 한다.
감정 표현도 매우 잘하는 편이다.
‘선생님, 이것도 예쁘고, 이것도 예쁘고, 이것도 예뻐요.’
치마나 조끼 등 옷을 손으로 만져보고 가리키며 봄비처럼 촉촉한 말을 쏟아놓는다.
‘선생님, 오늘 예뻐요!’라고 삐뚤빼뚤 작은 종이에 써서 내밀며 귓속말로 속삭이기도 한다.
그렇게 표현을 잘하는 아이가 오늘은 꽃다지 꽃을 들고 온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 오는 아이는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다. 특히 오늘은 더 신나게 달려온 듯싶다. 가방이 무거운 줄도 모르고 꽃을 들고 달려 온 아이를 맞이하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고마움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날이다.
아이의 모습은 늘 무거운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들고 빠른 걸음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더워지면 점퍼를 벗어서 들고 오는데, 옷자락이 바닥에 닿아 거의 끌고 오다시피 한다. 거기다가 아직 한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아 가끔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못 할 경우에는 러시아 빵집에 들러 빵을 하나 사 들고 오기도 한다. 안쓰러워 보여 가방이 무거워서 힘들겠다고 말을 건네면,
“하나도 안 무거워요. 안 힘들어요.” 씩씩하게 대답을 하면서 가방에서 책과 필통을 꺼낸다.

수업 중에도 선물 받은 꽃다지 꽃을 작은 접시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아이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 거든다.
“선생님, 물이 필요해요!”
접시에 물을 조금 붓고 한국어 교실 아이들이 다 같이 꽃다지 구경을 했다. 꽃다지 꽃을 볼 때마다 따뜻한 감동이 벅차올랐다. 못내 아쉬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관을 해두었다.
봄을 알리며 일찍이 피는 꽃다지, 풀밭에 낮게 엎드려 노란 꽃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꽃다지, 그냥 여기저기 흔하게 피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지나쳤던 꽃이 이렇게 큰 감동으로 엄청난 향기를 선사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 했던 일이다. 나물로도 먹으니 냉이 친구쯤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앞으로는 꽃다지 꽃에 한 아이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