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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따뜻한 봄날에 꽃 선물을 받았다. 꽃이 한창 피는 사월이지만 꽃다지 꽃을 선물로 받은 나는 감탄사와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얼음이 되었다. 제자리에 서서 손바닥에 놓인 그 꽃을 마냥 들여다보고 또 보았다.
어른 새끼손가락의 세 마디도 안 되는 크기의 꽃다지는 좁쌀처럼 작고 노란 꽃이 피어 있고 꽃망울들이 붙어 있었다. 초록색 잎과 줄기에는 보송보송 솜털이 뽀얗고 줄기 아래쪽에는 금색 빵끈이 묶여 예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너무 소중하고 귀한 꽃이어서 내 안에서는 설렘이 크고 작은 동그라미가 되어 부풀어 올랐다.

꽃다지 꽃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들고 온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며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다. 키가 작고 귀여운 아이는 마음이 참 곱고 예쁜 녀석이다. 유난히 날짜를 잘 기억해서 한국어 수업 전에 늘 오늘이 며칠인지 내게 알려주곤 한다.
감정 표현도 매우 잘하는 편이다.
‘선생님, 이것도 예쁘고, 이것도 예쁘고, 이것도 예뻐요.’
치마나 조끼 등 옷을 손으로 만져보고 가리키며 봄비처럼 촉촉한 말을 쏟아놓는다.
‘선생님, 오늘 예뻐요!’라고 삐뚤빼뚤 작은 종이에 써서 내밀며 귓속말로 속삭이기도 한다.
그렇게 표현을 잘하는 아이가 오늘은 꽃다지 꽃을 들고 온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 오는 아이는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다. 특히 오늘은 더 신나게 달려온 듯싶다. 가방이 무거운 줄도 모르고 꽃을 들고 달려 온 아이를 맞이하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고마움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날이다.
아이의 모습은 늘 무거운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들고 빠른 걸음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더워지면 점퍼를 벗어서 들고 오는데, 옷자락이 바닥에 닿아 거의 끌고 오다시피 한다. 거기다가 아직 한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아 가끔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못 할 경우에는 러시아 빵집에 들러 빵을 하나 사 들고 오기도 한다. 안쓰러워 보여 가방이 무거워서 힘들겠다고 말을 건네면,
“하나도 안 무거워요. 안 힘들어요.” 씩씩하게 대답을 하면서 가방에서 책과 필통을 꺼낸다.

수업 중에도 선물 받은 꽃다지 꽃을 작은 접시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아이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 거든다.
“선생님, 물이 필요해요!”
접시에 물을 조금 붓고 한국어 교실 아이들이 다 같이 꽃다지 구경을 했다. 꽃다지 꽃을 볼 때마다 따뜻한 감동이 벅차올랐다. 못내 아쉬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관을 해두었다.
봄을 알리며 일찍이 피는 꽃다지, 풀밭에 낮게 엎드려 노란 꽃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꽃다지, 그냥 여기저기 흔하게 피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지나쳤던 꽃이 이렇게 큰 감동으로 엄청난 향기를 선사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 했던 일이다. 나물로도 먹으니 냉이 친구쯤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앞으로는 꽃다지 꽃에 한 아이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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