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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가을볕에 감이 붉더니 어느새 곶감이 꾸둑꾸둑 마르고 있다. 대추도 살이 오르고 단맛이 깃들어 가을걷이를 마쳤다. 작은 꽃잎 하나도 거저 피지 않는다.

자연의 일부분인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뜻한 말 한 마디에 힘을 얻고, 응원의 목소리에 용기를 내며 누군가에게 삶의 길을 안내해 주기도 하며 함께 걷는다. 곧 추워질 겨울 앞에서 따뜻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들이 처음 한국에 들어와 머물던 진천을 떠나 10월 27일 전남 여수로 떠났다. 해양교육원에서 사회 적응 교육을 받기 위함이다. 그들은 진천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수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도착했다. 4개월간의 적응 교육을 통하여 자유롭게 희망하는 지역에서 정착하여 살게 될 것이다. 따뜻한 포용과 배려, 보살핌으로 그들은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위험하고 불안한 환경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특별기여자가 한국에 입국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우리 한국어학급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세계지도를 펼쳐 보이며 그들이 긴장과 불안 속에서 무사히 한국에 오게 돼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아울러 평소에 늘 이야기하던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한국어학급 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저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떡볶이, 라면, 김밥 등 한국 음식을 먹으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는가 하면, 한국어를 잘 몰라서 실수를 했던 경험도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한국 음식 중에 삼겹살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삼겹살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시 분위기가 더 뜨거워졌다.

화면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함께 공유했다. 히잡과 부르카를 쓴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무슬림들의 생활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도에 대한 이야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종교적인 이야기에 이르자 한국어학급에 걱정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한국의 음식 중 삼겹살을 유난히 좋아하는 학생들이 은근히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러시아, 베트남,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다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함께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애써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넘나들며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엿보였다. 삼겹살 이야기에서 주춤하던 학생들이 괜찮다며 내 놓은 음식은 바로 라면이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라면 이야기를 꺼내자 다시 또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발명하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 '맞다!'를 외치며 라면이 있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특별기여자들의 먹거리가 걱정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는 그때, 조심스럽게 제품 설명서를 보여주었다. 또다시 학생들이 크게 실망을 하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대부분의 라면에는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고민하고 걱정하는 따뜻한 학생들의 마음이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고 이해해주며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 수 있어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할랄 음식이 있고, 할랄 도시락이 배달된다고 알려주자 모두 표정이 밝아졌다.

다음은 한국어학급 학생이 쓴 편지이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알렉산더예요. 저는 러시아에서 왔어요. 한국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한국에 온 지 1년 9개월이 됐고 그동안에는 아름다운 것을 많이 봤어요.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어요. 맛있는 것도 많아요. 또 한국 사람들은 착해요. 그런데 한국어 공부가 좀 어려워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하고 싶은 일 다 할 수 있어요.'

따뜻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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