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4.6℃
  • 구름많음강릉 18.5℃
  • 흐림서울 15.4℃
  • 맑음충주 15.8℃
  • 맑음서산 19.2℃
  • 맑음청주 17.9℃
  • 맑음대전 17.7℃
  • 맑음추풍령 14.6℃
  • 맑음대구 17.6℃
  • 맑음울산 19.4℃
  • 맑음광주 18.5℃
  • 구름많음부산 18.1℃
  • 구름많음고창 19.5℃
  • 구름많음홍성(예) 18.9℃
  • 맑음제주 20.0℃
  • 맑음고산 20.2℃
  • 흐림강화 14.8℃
  • 구름많음제천 13.5℃
  • 맑음보은 13.6℃
  • 맑음천안 15.8℃
  • 맑음보령 20.0℃
  • 맑음부여 16.0℃
  • 맑음금산 15.2℃
  • 맑음강진군 17.9℃
  • 맑음경주시 15.4℃
  • 맑음거제 18.3℃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숲을 생각했다. 온통 나무 이파리가 재잘대고, 매미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새의 날갯짓이 귓전에 닿을 듯 맴도는 그 숲길을 걸으면서도 내 안의 숲을 생각했다. 그 숲길을 걸을 수 있고 한편으로 내 안에 숲이 있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고맙기 그지없다. 내 곁에는 항상 숲이 있었다. 또한 내 안에도 늘 숲이 있다. 그리하여 삶이 훨씬 더 풍요로우며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여유도 있는 것이리라.

더위에 잠시 쉬면서 책을 읽다가 박인옥 시인의 '니이체 숲속'을 만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 숲속에도 내가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 아버지의 서재에는 책이 가득했다/겨우 아는 한글 몇 자로 읽어보려 애쓰던 책들/그중에 니이체 全集이 있었다/눈을 껌뻑이다가 全자가 숲자와 비슷해서/나는 니이체 숲속이라고 읽었다/그림 한 점 없는 그 숲에서/듬성듬성 돋아있는 한자는 풀 같고 나무 같았다/니이체 全集이라는 금박의 글자를/니이체 숲속이라고 읽던 내 마음의 푸나무들/나이가 들어서 나는 니이체의 책장을 열고/큰 나무의 넓은 잎새를 들여다본다/중심을 향해 모이고/중심에서 퍼져 나가는 모세의 잎맥 하나가/숲과 이어지듯 생각은 길이 된다/쓰라린 날들의 진액이 나무줄기 여기저기에서/수액처럼 천천히 흘러내린다/어려움을 견뎌내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그가 고난의 한가운데에 심은 잠언 한 그루는/나의 숲에서도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했다/나는 어느새 그 그늘 아래 앉아 있다/올려다보면 황금색 털 덥힌 열매들이/금세라도 떨어질 듯 잎새를 잡아당긴다'

올여름 무더위 속에 나는 이 숲을 더 자주 걸었다. 눈으로 걷고 입으로 걷고 생각으로 걷다가 나의 숲을 찾아 온몸의 세포를 열고 걷기도 했다.

어릴 적 나의 숲에는 상록수가 있었다. 상록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상록수를 좋아했다. 심훈의 '상록수'를 참 좋아했다. 농촌에서 태어나 들과 산을 누비며 강과 하늘을 보고 자란 나는 상록수가 꼭 나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상록수에 나오는 박동혁이 아버지이며, 채영신이 어머니인 줄 알며 자랐다. 그도 그럴 것이 상록수를 쓴 작가 심훈의 본명이 나의 아버지와 같았기 때문이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를 알게 되면서 내 안에는 비밀 아닌 비밀이 있었던 셈이다. 그 비밀이 숲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나무와 풀과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한 시간씩 흙길을 걸어 초등학교에 다녔다. 징검다리를 건너, 논둑길을 걷고 도랑에 풀잎을 띄워 흐르는 물을 따라 춤을 추듯 떠가는 풀잎과 경주를 하며 걷기도 했다. 풀이 많고 울퉁불퉁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도랑물과 헤어져야 하는 곳에 이르게 되고 그쯤에는 작은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그곳에서부터 학교까지는 길이 평평하고 넓어서 좀 더 빠르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 시간 정도는 꼭 걷는다. 학교 안에 있는 숲길을 걷는다. 시원스럽게 뻗어 올라간 메타세쿼이아 숲에서는 목을 길게 뽑아보고, 몸을 뒤로 젖혀 하늘에 박힌 우듬지를 올려다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팝나무가 즐비한 숲을 걸을 때는 나직나직 뽀얗게 떨어지던 꽃을 생각하며 함께 걷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소나무의 향기를 내뿜으며 멋지게 휘어진 곡선을 따라 공중에 펼쳐 보여주는 섬세한 잎을 바라보면서 기도 같은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노을 속에 잠긴 소나무와 달빛 속 소나무의 자태를 보면 부드러우면서도 꼿꼿함을 가진 저력을 엿볼 수가 있다. 숲길을 걸으며 꽃 이름, 풀 이름을 부르고 나무 이름도 불러 주다가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갑자기 매미 소리가 커질 때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함께 걷던 사람들도 떠올려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이연희, "100만 청주, 몇 사람이 아닌 청주시민이 함께 그려야"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