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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8.15 16:39:52
  • 최종수정2022.08.15 16:39:52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일주일에 세 번 만나기로 했다. 막상 수업을 시작하고 보니 안드레이가 한국어 수업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듣기와 읽기를 통하여 내용을 이해하고 중심 내용과 중심 문장을 찾는 문제도 거뜬히 해결했다. 방학이지만 시간도 잘 지켜 등교를 했다. 무더위 속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시간에 맞춰 왔다. 외국인 학생치고 보기 드물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다. 특히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그래서 자주 칭찬을 받곤 한다.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수업 시간이 변경되어 한국어 수업에 좀 늦거나 반대로 시간이 앞당겨질 때는 반드시 미리 연락을 해 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운동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한국어도 유창하고 한국 음식도 잘 먹는 편인데….

안타까운 마음에 퍼뜩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번 여름 방학 수업시간에 방학 숙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안드레이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마침 안드레이도 방학 숙제를 걱정하고 있었다며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면서 좋다고 했다. 우리는 갑자기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바빠지기 시작했다.

먼저 과목별 숙제 목록을 살펴보기로 했다. 관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독서 신문을 만드는 과제와 여름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과제도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을 견학하고 소감을 작성하는 과목도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과제가 있었는데, 영어 과목이었다. 조부모님의 유년시절이나 인상적인 일을 주제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안드레이하고 숙제 순서를 정해서 차근차근 해 나가기로 했다. 관찰 보고서를 먼저 작성하기로 정했다. 여러 가지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안드레이는 식충식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파리지옥'을 선택했다. 그래서 7일 간의 관찰이 시작되었다. 파리지옥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함께 찾아보면서 탐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관찰하면서 매일 보고서를 작성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시들시들 할 때는 물을 주고, 언제쯤 파리가 날아올 것인지 기대도 하면서 파리지옥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데, 정말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파리지옥 덫에 파리가 갇힌 것이다. 우리는 신기하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안드레이는 관찰 보고서를 쓰면서 날마다 '신기하다'는 단어를 꼭 써야겠다고 하며 빠뜨리지 않고 신기하다는 표현을 썼다. 우선 사진을 찍고 스케치하듯이 보이는 것을 적고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갔다. 처음에는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어렵고 힘들다고 하더니 재미있다고 하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썼다. 그렇게 관찰 보고서가 완성되자,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며 즐거워했다. 자칫하면 지루해 할 수도 있어 탄력 받은 김에 다음 숙제를 바로 계획했다. 독서 신문을 만들기로 했다. '독서 신문'이라는 말을 듣자 바로 힘든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서 미리 준비한 재미있는 그림동화를 보여주었다. 흥미를 느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림동화는 아기부터 어른까지 즐겁게 보는 책이라고 설명을 해도, 안드레이는 좀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그래서 과목 담당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동화도 좋다는 담당 선생님의 메시지가 도착하자 안드레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4권의 책을 선택하고 구성하여 책표지부터 살펴보고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을 읽고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특성을 찾아 독서 신문을 구성하였다. 중요한 장면과 문장을 찾아 표현을 하고 생각해야 할 메시지를 찾아 썼다. 특히 '세계의 샌드위치 도감'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다양한 음식과 다양한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하면서 말풍선을 달았다. 세계지도에서 국가를 찾아보기도 하며 재미있는 독서 신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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