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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5.31 15:01:12
  • 최종수정2020.05.31 15:01:12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안녕하세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지금 뭐 하시고 계시나요?"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초등생 제자가 스승의 날에 전화를 걸어왔다.

"앗살람알라이꿈? 라흐맛!"

나는 우즈베키스탄어로 인사를 했다.

"선생님~ 우즈베키스탄 말 안 잊어버렸어요?"

늘 히잡을 쓰고 다니며 이슬람 규율을 철저히 지키는 녀석은, 내가 우즈베키스탄어로 인사를 하며 고맙다고 하자 아주 기분 좋아했다. 녀석은 가족이 모두 무슬림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며 화장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흔히 쓰는 핸드크림도 바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도 서로 다른 문화를 인정하며 배려해 주어 별 갈등 없이 잘 어울려 지낸다. 그림을 곧잘 그리는 녀석은 몇 장의 그림을 그려 보내며, 고맙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등 스승의 날을 축하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왔다.

라마단 기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라마단 기간인데 잘 지내느냐고 물었다. 다시 녀석의 대답이 재빠르게 돌아왔다.

"선생님~ 라마단 기간인 거 어떻게 알았어요? 선생님은 정말 신기해요. 한국사람 아닌 것 같아요."

기분 좋게 들리는 녀석의 목소리 톤이 조금 더 높아졌다. 부모님을 따라 라마단 기간에 기도를 하며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내가 보여준 작은 관심에 녀석은 좋아라 재잘재잘 말을 이어갔다. 큰 눈망울을 반짝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스승의 날 이른 아침에는, 대전에 사는 필리핀이 고향인 제자가 재미있는 동영상을 직접 촬영하여 보내오기도 했다. 카네이션을 머리에 꽂고, 한국어 책을 가슴에 안고 하트를 보내는 모습과 고맙다, 사랑한다는 메시지로 꾸민 영상이 매우 가슴 뭉클하게 했다.

문득 얼마 전에 맛있게 먹었던 아카시아전도 생각났다. 중국에서 유학을 온 후배는 해마다 아카시아가 피는 5월이 되면 아카시아로 만든 음식이야기를 하곤 했다. 중국 고향에서 어릴 때부터 먹었던 음식이기에 아카시아꽃을 바라보는 눈빛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어려서 꽃을 따 먹고 아카시아 설기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 나도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으며 공감할 수 있었다. 그 후배는 아카시아나무가 높아 꽃을 딸 수가 없다고 하더니,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키가 작은 아카시아나무가 있어서 꽃을 딸 수 있었다며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아카시아전을 부쳐서 가져왔다. 아카시아전을 한입 베어 물자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아카시아 꽃잎이 톡톡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추억의 음식이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카시아전을 먹었고 줄줄이 따라 나오는 추억의 먹거리 이야기에 중국음식 한국음식 굳이 구분 짓지 않으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편 태국이 고향으로 한국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종갓집 며느리가 된 제자 하나는 직접 농사를 지은 마늘종을 택배로 보내왔다.

"선생님, 마늘종 요리하는 방법 아세요?"

내가 요리를 잘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제자는 마늘종을 보내놓고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흔히 할 수 있는 마늘종 조리법을 이야기 하니 몇 가지 요리방법을 더 알려주며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 아주 맛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해마다 가을이면 시제를 지내며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음식도 거뜬히 해서 집안 행사를 치르는 종갓집 며느리는 어떤 일에도 겁을 내지 않는다. 작년부터는 부녀회장도 맡고 있다. 동네 어른들에게 김치를 담가 나누는 것을 보며 자랑스럽기도 하고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지금은 오히려 내가 삶의 지혜를 배운다.

따뜻한 삶의 연결 고리로 이어진 오늘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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