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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올 가을 언저리부터 귓가에 맴도는 '독도는 우리 땅' 노래다. 귓가에 맴도는 것은 물론 자꾸 흥얼거리게 되고 마음속에도 큰 울림을 주는 노래가 되었다. 새삼스럽게 모두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꽤 오래된 노래가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얼마 전에 청주시 청원구에 있는 한 마을에서 가래울 맥주축제가 있었다. 참으로 보기 드문 기분 좋은 축제였다. 환경을 지키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연구하는 농업인들이 주축이 되어 홉 농사를 지은 것이다. 그리하여 그 홉을 수확하여 맥주를 직접 만들었으며 마을에서 맥주축제를 열게 된 것이다. 영광스럽게도 그 자리에서 사회를 맡아 보게 된 나는 따뜻한 감동으로 최고의 축제를 맞이할 수 있어서 기쁘고 즐거웠다. 더구나 농촌의 밝은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마을 사람들의 흐뭇한 표정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빛났다. 카랑한 가을 하늘도 유난히 맑게 보이던 날이었다.

축제장인 가래울 마을 경로당 마당에 의자와 탁자가 놓이고 한 쪽에서는 큰 솥에 어묵탕이 끓기 시작했고, 그 옆에서는 과일을 깎으며 준비하는 일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경로당 벽에는 그동안 홉 농사를 지으며 남긴 흔적들을 전시하여 누구든 볼 수 있도록 해 놓았으며 수제맥주 상자도 놓여 있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고사를 지내기 위해 준비해 놓은 상이었다. 활짝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의 돼지머리와 과일, 그리고 떡시루가 고사 상에 차려져 있었다.

축제 시작 시간이 되자 마을 어르신들은 물론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했다. 행사가 진행되자 마을 이장이 내빈 소개를 먼저 했다. 평소, 어떤 행사를 진행할 때 몇몇 내빈만을 소개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온 나는 늘 '여기 있는 모두가 다 내빈이지!' 하는 마음으로 별 기대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가래울 이장이 내빈 소개를 하는데, 정말 마을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성함이 빛나는 그야말로 마을 축제다운,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인 축제, 가래울 맥주축제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마을에서 최고령인 92세 어르신께서도 축제장을 빛내주셨다. 축제가 진행되면서 테이블에 어묵탕과 떡과 과일, 치킨 등이 차려지고 가래울 맥주가 놓이면서 축하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축사가 이어이지고 민요와 판소리가 흥을 돋우며 고마움을 나누는 자리, 서로 격려하며 내일을 위한 자리가 되어 갔다.

마을 입구 둥구나무에 노을이 걸리고, 느티나무의 단풍이 노을 속에 더 붉게 달아올랐다. 가래울 마을이 온통 거나한 분위기에 흥겨움을 더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축제가 마무리 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노랫가락이 이어졌다. 축제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삐 움직이던 음식을 준비하던 사람들도 속속 노래를 부르며 흥겨움을 이어나갔다. 부녀회장도 분위기 있는 노래로 박수를 받았고 귀농을 해서 마을 주민이 된 사람들도 노래를 부르며 감사 인사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서로 노래를 이어가며 아쉬움을 달랠 즈음에 올 연세 92세의 어르신께서도 노래를 한 곡 부르시겠다고 신청을 하셨다. 정정하신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가사를 잘 모른다며 휴대폰으로 노랫말을 찾아 노래를 불렀지만 어르신께서는 힘차게 박수를 치시며 크고 당당한 목소리로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거뜬히 부르셨다. 1절부터 5절까지 부르시는 동안,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래울 맥주축제를 마무리하며 들은 '독도는 우리 땅' 노래가 지금도 계속 메아리 되어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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