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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시끌벅적, 왁자지껄, 재잘재잘, 까르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뭇잎처럼 굴러다닌다.

 한국어교실 내 책상 위에는 무릇과 솔방울이 놓여 있다. 보고 또 보아도 그저 좋다. 아이들에게는 이 무릇과 솔방울이 어떻게 보였을까? 어떻게 보였길래 이곳까지 와서 놓이게 된 걸까?

 여름방학을 마친 아이들이 검게 그을린 얼굴로 한국어교실에 모여들었다. 방학기간에 만나지 못해 약간 낯설어 하더니 곧 정상 궤도에 오른 듯 순조롭고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시작한다.

 러시아에서 온 아이는 바다에 다녀왔다며 붉게 그을린 얼굴과 팔이 따갑다고 했다. 놀다가 피부가 스치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그래도 즐겁고 신나게 친구들과 어울린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이는 방학 전과 다름없이 달려서 한국어교실에 온다. 가방을 멘 등이 흠뻑 젖고, 이마에서 목덜미까지 땀줄기가 흐른다. 머리는 감은 것처럼 다 젖었다. 그래도 얼굴에는 함박웃음이다. 더워서 힘드니까 걸어서 오라고 해도 늘 달려서 온다. 태권도 등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은 3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가끔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달려서 오곤 한다.

 러시아에서 온 아이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늘 함께 한국어교실에 오며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챙겨주며 정답게 잘 지낸다. 두 아이도 역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한국어교실까지 오는 거리가 꽤 멀다. 족히 30분은 걸린다.

 오늘은 장난기에다가 웃음을 더한 표정으로 한국어교실에 왔다. 가방을 메고 한국어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란히 내 앞에 와선, 한쪽 무릎을 굽히고 한손을 치켜올려 내밀었다. 한 아이 손에는 무릇 꽃대가 들려 있고, 다른 아이 손에는 솔방울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와!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 그러니까 무릇과 솔방울을 받아들기도 전에, 녀석들의 그 손은 사라지고 잽싸게 반대쪽 손을 내미는 것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녀석들이 단단히 준비를 해 온 것이다. 반대쪽 손에는 부러진 나뭇조각들이 들려 있었다. 깜짝 놀라는 내 표정에 녀석들이 애써 참고 기대하며 숨겨 두었던 웃음보따리가 터진 것이다. 먼저 와 있던 한국어교실의 아이들이 다 모여들었고 웃음이 전염돼 번져나갔다.

 이렇게 해서 책상 위에 무릇과 솔방울이 놓이게 된 것이다. 무릇의 작은 꽃 하나하나는 아이들이며, 솔방울의 비늘 같은 조각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아이들의 생각처럼 느껴진다. 이가 빠진 개구쟁이들의 귀여운 모습과도 닮아 있다.

 한국어교실에는 종종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동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된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유난히 더 반짝이는 눈망울들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보면 볼수록 보랏빛 무릇은 아이들을 닮아 있다. 이삭 모양, 혹은 꼬리 모양의 꽃이 장난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꽃이 피는 순서도 아래부터 위쪽으로 피니 자유분방해 보이기도 한다.

 솔방울 역시 아이들을 닮았다. 공처럼 생겨 놀잇감이 되기도 하고 비늘이 겹겹이 붙은 모양도 재미있다. 작지만 앙바틈하게 벌어진 모양새가 개구쟁이 얼굴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들고 오는 것들은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마음이 깃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고 해도 소중하게 여기니 한국어교실 친구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다행이며 고마운 일이다.

 태국, 필리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을 고향으로 둔 우리 아이들의 다양하고 자유분방한 생각과 꿈들이 모여 무릇, 솔방울처럼 어우러져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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