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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000는 왜 '요'가 없어요?/ 선생님, 기분 안 좋아요?/ 선생님, 화났어요?

한국어 수업시간이 끝날 즈음, 베트남이 고향인 학생의 질문이다. 마침 높임말 표현에 대한 한국어 수업시간이었다. 그런데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반말을 하는 중국에서 온 친구를 보면서 수업 내내 눈살을 찌푸리고 있더니 나에게 건넨 말이다. 분명히 높임말을 사용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온 학생이 계속 반말을 하니까 선생님이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물어 본 것이다. 중국에서 온 학생은 수업 중이거나 혹은 어떤 질문에도 늘 '응'이라고 대답한다. 중국어에서 비롯된 오류라는 것을 알기에 계속 수정을 해 주지만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아 그때그때 알려줄 때만 따라할 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수업 중에도 누군가 시끄럽게 하거나 수업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으면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는 성격의 베트남 학생이 수업 내내 거슬렸던 모양이다. 애써 참다가 결국 수업의 끝자락에 조용히 본인의 마음을 실어 질문을 한 것이다.

한국어를 제법 잘하는 베트남에서 온 학생은 한국에 온 지 4년이 좀 넘었다. 처음에는 추위와의 싸움으로 힘겨워했다. 봄에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학교에 등교하곤 했다. 혼자 두툼한 옷을 입고도 춥다며 종일 움츠리고 있었는데…. 베트남 호치민의 더운 곳에서 살다가 와서 사계절이 있고 그 중에서 특히 겨울이 시작되면 온몸을 움츠리고 겹겹이 옷을 챙겨 입고도 춥다는 말을 달고 지냈다. 거기다가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학교 급식시간에도 홀로 견뎌내기 위해 힘겨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튀김이나 과일, 주스 외에는 전혀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 겨우 집에서 챙겨온 베트남 음식이나 과자로 점심식사를 대신하는 날이 더 많다. 항상 수업시간이 끝날 무렵이면 그날의 식단표를 보며 음식 관련 어휘와 이미지를 함께 살펴보는데, 이 학생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오는 날이면 교실 분위기가 덩달아 환해진다. 오늘도 베트남이 고향인 학생의 가방에는 베트남 음식이 가득하다. 바나나튀김, 돼지고기 육포와 닭고기 육포를 가져 온 것이다. 가방을 열어 음식을 보여주며 묻는다.

선생님, 이거 좋아해요?/ 선생님, 돼지고기 좋아해요?/ 선생님, 이거 알아요?

돼지고기 말린 것과 닭고기 말린 것 그리고 바나나튀김을 먹을 수 있는지, 좋아하는지 등 질문을 소나기처럼 쏟아놓으며 음식을 조금씩 덜어서 건넨다. 평소 내가 다양한 음식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이, 오늘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베트남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다. 반신반의하며 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꽤 여러 차례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음식이었기에 특유의 향이 있으며 담백하고 맛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온 학생의 간절한 눈빛을 보면서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맛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학생의 어두워지는 표정을 보면서 뜸을 들이다가 한참 뒤에 맛있다는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순간 학생의 표정이 밝아지며 진짜 맛있느냐고 반복해서 물었다. 아주 반가운 표정으로 음식을 가리키며 다른 음식도 빨리 맛을 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미 그녀의 표정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같은 음식을 놓고 맛을 느끼며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마음이 통하고 편안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가 마음이 열리고 기분이 좋을 때는 활짝 웃으며 '맞아요! 선생님~'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리고 기분이 더 좋을 때는 한 마디 더한다.

맞아요! 선생님, 어떻게 알아요?/ 선생님, 베트남사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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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