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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알고 보니 나의 마니또는 베트남이 고향인 학생이었다. 아직 대화가 좀 서툴지만 축구를 좋아하고 잘 웃으며 대답을 잘하는 학생이다. 나의 마니또가 내민 빨간 봉투 속에서 카드를 꺼내 보니 단정한 한국어로 쓴 글이 한 눈에 봐도 정성이 가득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고맙고 따뜻하고….

마니또는 '비밀 친구, 또는 제비뽑기 따위를 하여 선정된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편지나 선물, 선행 등을 제공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규범 표기에 따르면 '마니토'가 맞는 표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익히 '마니또'라고 사용하고 있다.

한국어학급에서 약 한 달간의 기간을 정해 놓고 마니또 게임을 했다. 담당 선생님이 제안한 마니또 게임을 통하여 우리들은 매우 값진 시간과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게임에는 한국어학급 학생들과 선생님이 모두 함께 참여했다. 러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중국,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학생들과 한국어학급반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을 비롯하여 러시아어 선생님, 베트남어 선생님, 중국어 선생님 그리고 한국어를 맡고 있는 나까지 모두 함께 한다는 자체가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먼저 마니또의 취지를 국가별 원어민 선생님들이 해당 학생들에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마니또를 정하기 위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제비뽑기를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 친구가 되었으며 각자 행복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학생의 마니또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마니또가 된 후, 그 학생에게 관심을 더 갖게 되었다. 무엇을 해 줄까? 어떻게 친절을 베풀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좋아하는 간식은 무엇이며 잘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어떤 과목을 어려워하는지? 등등 수시로 관심을 가지고 대하게 되었다. 이렇게 갖게 되는 관심만으로도 마니또 게임의 효과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니또 게임 규칙 중 하나는 절대 내가 누군가의 '마니또' 라는 것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 나는 아침 출근 시간마다 마니또에게 줄 작은 간식을 준비했다. 어느 날은 초콜릿, 또 어느 때는 비스킷, 과일, 빵 등을 아무도 모르게 사물함에 넣어 놓곤 했다.

누군가의 자리에는 우유가 놓여 있기도 하고 또 어느 자리에는 초콜릿이 놓여 있는가 하면 음료수나 사탕 등이 눈에 띄기도 했다. 그리고 서로 친절을 베풀기 위해 인사말도 크게 하고 인사하는 동작도 더 크게 했다.

가끔은 마니또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슬쩍 눈치를 살피는 재미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음료수병에 이름을 붙여서 책상 위에 두고 가고, 때로는 초콜릿에도 이름을 써서 창문 쪽에 놓고 가는 등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 친구인 천사가 되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순간순간이 함께하는 마니또들에게 비타민 같은 행복이리라.

행복한 비밀의 화원을 마음 한쪽에 두고 우리는 수시로 드나들며 행복을 가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마니또를 밝히는 날이 되었다. 우리는 그날 작은 선물과 카드를 준비해서 마니또를 밝히며 주기로 했다. 절대 비싸지 않은 선물(2~3천원)로 마음을 담아 전하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서로 겪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짐작하고 있던 마니또를 이야기하며 선물과 카드를 전달했다. 선물꾸러미에는 컵, 인형, 과자 등이 쏟아졌고 한국어학급반에는 무엇보다 웃음보따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이렇게 마니또 게임을 하고 나니 옆에 있는 사람, 같은 반에 있는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유쾌한 습관이 생긴 것 같아 무엇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마니또다.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마니또다. 나는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의 마니또가 될 것이다.

우리들은 이미 누군가의 마니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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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