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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눈에 갇혀 새해를 맞이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도 명절에 별나게 눈이 많이 내린다며 혼잣말을 하셨다. 올해는 푸른 뱀의 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뱀은 전통적으로 재물을 상징하며 지혜로운 변화와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 강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긍정적인 메시지가 가깝게 들려온다.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나는 뱀을 좋아하지 않았다.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고, 길쭉하게 생긴 것만 봐도 지레 겁부터 먹곤 했다. 평소 뱀 꿈을 꾸면 좋다는 말도 나에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잦아서 책과 가깝게 지낸 편이다. 소설과 그림동화와 시, 그리고 동시를 읽으며 맞이한 시간이 참 즐거웠다. 우연일까. 설 연휴에 눈에 갇혀서 읽은 동시집에는 뱀과 관련된 동시가 세 편이나 들어있었다. 모두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재미있는 동시였다. 그런데 뱀이 길어서 동시도 긴 걸까. 두 편의 동시는 정말 길다.

권기덕 시인의 동시 '로봇 뱀'의 일부분이다.

'내가 작동할 때, 반짝이는 두 눈은 앵두처럼 붉어요. 날름거리는 혀는 그저 장식이고요. 개구리나 쥐 대신 전기를 좋아한답니다. 아, 어쩌면 제 말을 믿을까요? 오늘도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다 교장 선생님한테 혼났습니다. 수돗가 호스 옆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가 행정실 선생님한테 막대기로 둘둘 감겨 담장 너머로 버려졌습니다.'

그럴듯한 이야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번에는 이만교 시인의 동시 '꼬마 뱀을 조심해'의 일부분이다.

'…실컷 자고 일어나 기분 좋은 꼬마 뱀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학교에 갔어. 그런데 사거리에서 자전거 타고 오는/중학생 곰과 마주쳐 깔려/죽을 뻔했어.//-뭐야?/곰이 도리어 눈을 부라렸어./-넌 대체 누구 꼬린데, 몸뚱이도 없이 발도 없이 혼자 기어다니는 거야?/다시 페달을 밟으며/-하마터면 치어 죽일 뻔했잖아? 몸뚱이에 붙어 다니라구!/자기 할 말만 하고 가 버렸어./꼬마 뱀은 깜짝 놀랐어.…'

꼬마 뱀과 중학생 곰이 나누는 대화가 능청스럽도록 재미있다. 이 동시에서는 꼬마 뱀이 누구의 꼬리인지 찾아다니는 장면도 묘사되어 있다. 사자와 기린, 코뿔소와 원숭이를 만나지만 모두 꼬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꼬마 뱀은/사자를 기린을 악어를 찾아가 보았지만,/사자도 기린도 악어도 코뿔소도 스컹크도 저마다 자기 꼬리를 달고 있었어./-자기 꼬리가 없는 동물은 하나도 없단다./원숭이가 말했어./-세상에 꼬리 없는 동물은 인간 하나뿐이야./원숭이가 손뼉까지 치며 말했어,/-네가 정말 누군가의 꼬리라면, 넌 인간의 꼬리가 틀림없어, 틀림없다고!/….'

결국 꼬마 뱀은 꼬리가 없는 인간을 찾아 미끌미끌 어딘가로 달려간다.

다음은 문신 시인의 동시 '무지무지 긴 뱀의 겨울잠' 의 전문이다. 몸이 길어 뱀의 몸으로 사계절을 지나가는 장면이 매우 흥미롭다.

'무지무지 기다란 뱀이 겨울잠을 자러 캄캄한 구멍으로 들어갑니다//눈꺼풀이 반도 넘게 감긴 이마가 구멍으로 들어가는 동안//뱀의 가슴이 가을 낙엽 위를 스삭스삭 지나가는 중입니다//뱀의 허리가 여름 소나기에 등줄기를 흠뻑 적시는 중입니다//뱀의 꼬리가 봄날 담벼락에 척 늘어져 꾸벅꾸벅 조는 중입니다//아무것도 모르는 뱀 대가리만 눈을 꼭 감고 긴긴 겨울잠을 잡니다'

동시는 이렇게 마음을 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천연덕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따라나서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소리 내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집중하기가 어렵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발음과 내용에 신경을 모은다. 특히 동화나 동시를 읽을 때는 마음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동시를 통하여 세상을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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