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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후텁지근하다. 8월이 되니 더위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삼복 중 중복을 지나고 말복을 앞두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라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과 대비책을 구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 한가운데에 이르니 연일 일기예보에서 열대야, 폭염주의보, 폭염경보 등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단어들을 장맛비처럼 쏟아놓는다.

 어찌된 일인지 해마다 맞이하는 여름이고 더위지만 건강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여름 보양식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복날에는 삼계탕이나 추어탕 등 식당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음식을 먹고 나면 더위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삼복에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서로 만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더 소중한 것은 아닐까 하는 따뜻한 정이 먼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더위를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 등이 만나 서로를 위할 수 있는 시간이 되니 말이다.

 지난 초복에는 특별한 음식으로 복달임을 했다. 출산을 앞 둔 중국인 유학생이 만두를 가져온 것이다.

 중국에서 어머니가 오셨는데, 중국에서는 초복에 만두를 먹는다며 직접 만두를 만드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다며 땀을 뻘뻘 흘리며 만두를 가져왔다.

 고기와 향채소가 들어간 만두는 아주 향긋하고 맛있었다.

 중국 단동(丹東)에서는 초복에 만두(자오즈)를 먹으며, 중복에는 국수를 먹고, 말복에는 빠오즈를 먹는 풍습이 있다는 것이다.

 보은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바쁜 사람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주말이나 여름휴가 기간에도 수업이 열리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낯선 한국에 와서 여름을 맞이한 이민자들이나 근로자, 유학생 등 외국인들도 여름 더위에 힘겨워하기는 매한가지다.

 농사를 많이 짓는 태국이 고향인 학습자는 "너무 힘들어요, 선생님. 밭에 일하러 갈 때 얼음물을 많이 가져가요." 라고 말한다.

 한편, 필리핀이 고향인 학습자는 지혜로운 말을 하기도 한다.

 "선생님, 저는 남편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밭에 가요. 그리고 10시에 집에 와요. 그리고 오후 5시 넘어 밭에 가요. 밤에 집에 와요.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그러면 다른 학습자들도 맞장구를 친다.

 "그렇지, 맞아, 낮에는 덥다. 일 어렵다."

 "낮에는 더워요. 위험해요. 아침, 저녁에 일해요. 고추 따는 것 너무 힘들어요."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학습자들이 많아 모두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쉬는 시간에는 태국이 고향인 학습자가 큼직한 수박을 가져와서 수박파티를 하며 더위를 쫓았다.

 베트남이 고향인 학습자 중 출산을 앞 둔 임신부들이 있는데, 고향에 상관없이 서로 먼저 챙겨준다.

 농사지은 채소를 가져와 나누는가 하면 맛있는 과일이나 음식을 가져와 돈독한 정을 나누며 쌓는다.

 힘겨운 일이나 아픔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향에서 먹던 음식이나 채소를 가져와 서로의 마음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기도 한다.

 오늘도 가지, 수박, 고수 등 직접 정성들여 가꾼 채소를 나누는 표정들이 편안하고 넉넉하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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