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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다. 더구나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양팔을 벌려 어깨춤을 추며 부르는 아리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였지만 뜻밖에 벌어진 너무도 반가운 상황이었다. 순간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리랑과 어깨춤으로 우리가 모두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한국어학급반에서는 쉬는 시간에 어렵지 아름다운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이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해 서로 가르쳐주며 배우는데, 그 모습이 따뜻하고 정겨워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기타 연주와 노래도 들을 수가 있다. 오늘은 그 분위기에 이어서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내가 노래 한 곡을 주문했다. 러시아 노래를 기대했는데, 느닷없이 아리랑 노래와 춤사위까지 연출이 되는 바람에 놀랍지만 횡재한 셈이다.

한국어학급반에는 국적이 다른 중학생들이 모여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어쩌면 공통점보다 다소 다른 점이 더 많을 수도 있는 공간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통하여 그리고 교과 수업에 참여하면서 서로 소통하게 된다. 좀 어설픈가 하면 뭔가 부족할 때가 있고 반면에 풍성하여 서로 흡족함을 느낄 때도 많다. 오늘 수업시간이 바로 흡족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리랑은 한국을 상징하는 노래 중 한 곡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들어왔으며 막걸리 한 잔에 거나해진 어르신들이 몸으로 부르는 노래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잔칫날 신명나게 부르는 노래인가 하면, 노동요 같기도 하고 한풀이나 신세타령을 하듯 그렇게 전해 내려오는 살아 숨 쉬는 문화다.

그런 문화가 깃든 아리랑을 오늘 CIS 국가 중 하나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후손에게 듣게 된 것이다. 내가 오늘 더 크게 놀란 이유이다. 그리고 그 부모님께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래와 춤으로 문화를 전해주셨다고 생각하니 훈훈해졌다. 더구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중국 등에서 온 학생들이 모두 아리랑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이다. 다른 친구들도 환갑잔치에 한복을 입고 부르는 노래가 아리랑이라고 기억했으며, 춤추는 시늉까지 보여주니 울컥해졌다. 환갑잔치를 60세에 하는 것인지, 70세에 하는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소중한 문화를 알고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학생들과 아리랑에 얽힌 문화를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어느 박물관 앞에 가 있었다.

7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났던 한 고려인 '장 에밀리아 안드레이나'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고려인 지도자 '김병화 박물관'을 관리하는 관리인이자 관장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박물관이지만 너무 소중한 흔적이 보관되어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러므로 장 에밀리아 안드레이아 할머니는 그 귀한 역사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다해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산증인으로 남아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증언을 해 주신다.

장 에밀리아 안드레이아 할머니는 열 살에 러시아 연해주에서 감자농사를 지어 돈을 벌었단다. 1937년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가서 땅굴을 파고 2년 정도 살다가 그 후 집을 지어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아리랑은 세상을 알 때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삶 속에서도 힘이 되었던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었던 것이다. 결속력이 필요할 때 역시 아리랑은 하나의 끈으로 단단하게 이어주는 뿌리 같은 문화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의미 있는 아리랑을 들으니 허기가 채워진다. 한국어가 다소 서툴더라도 몸으로 소중한 문화를 알고 기억하고 있으니 밝은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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