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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유월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어서 첫날부터 공휴일이었다. 가정의 달 오월이 지나자마자 공휴일로 시작하는 유월을 맞이하고 보니 또 연휴가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유월에도 가속도가 붙어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졌다.

"선생님, 농구공이에요. 저는 농구공을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어요." 농구공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안드레이가 행복한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사실은 얼마 전부터 안드레이가 농구공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안드레이는 방과 후에도 농구 수업을 들을 정도로 농구를 좋아한다. 농구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등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늘 책가방과 함께 농구공을 안고 다니다시피 했는데, 공이 펑크가 나는 바람에 요즘 좀 힘들어 했었다. 매일 농구공 타령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농구공을 사 줄 거니까 기다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안드레이는 어느 때보다도 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유월이 되자 어린이날 선물로 농구공을 받게 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6월 1일이 어린이날이다. 그밖에 중국이나 러시아, 베트남도 어린이날이 우즈베키스탄과 같이 6월 1일이다.

오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문화 수업을 할 때는 영상자료를 포함해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역사적인 배경까지 살펴보았지만 크게 공감을 하지 못하더니 6월이 되니 고향의 어린이날이 실감나는 모양이었다.

한편 6월 3일은 음력 5월 5일 단오였다. 예전에는 4대 명절의 하나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지만 요즘은 박물관에나 가야 단오 문화를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창포물에 머리감기, 수리취떡 먹기 등 잊혀져가는 아름다운 문화가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래도 귀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편이다.

단오 하루 전에는 공자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국 선생님이 '쫑즈'를 가져다 줘서 쫑즈를 먹으며 단오 맞이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단오에는 쫑즈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문화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쫑즈는 찹쌀로 만든 것으로 찹쌀떡과 비슷하고 안에는 대추 등 다양한 소가 들어간다. 대나무 잎으로 싸서 찌는데, 베트남과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서도 비슷한 음식을 먹는다.

지난 주말에는 특별한 모임이 있었다. 파키스탄이 고향인 제자가 살고 있는 시골집에서 제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파키스탄이 고향인 제자가 우리들을 초대를 하기로 하고 파키스탄 음식인 블리아니를 준비하기로 했다. 닭고기와 길쭉한 모양의 파키스탄 쌀로 만든 블리아니와 오이 샐러드가 식탁에 올라왔다. 식탁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네팔에서 온 부부,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온 제자들과 함께 어울린 자리가 아름다운 꽃밭이었다. 음식을 덜어 먹으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답하며 소통을 했다. 양념처럼 러시아어와 필리핀어, 파키스탄어와 네팔어 그리고 한국어가 어우러졌다.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한편 집 주변에서 나물을 뜯기도 했다. 네팔에서 온 제자 부부는 집을 둘러보다가 나물이 많이 있다고 하며 명아주를 뜯어서 보여주었다. 네팔에서는 달밧을 먹을 때 명아주 나물과 같이 곁들여 먹는다며 매우 반가워했다. 그래서 명아주 나물을 뜯기도 했다.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다음에는 저녁에 만나 바비큐파티를 하자는 약속을 했다.

유난히 유월에는 다양한 문화를 넘나드는 기분 좋은 만남의 시간이 많았다. 그 문화를 넘나드는 시간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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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