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4.3℃
  • 맑음강릉 10.7℃
  • 구름많음서울 16.9℃
  • 맑음충주 12.9℃
  • 구름많음서산 12.0℃
  • 맑음청주 18.2℃
  • 구름많음대전 17.0℃
  • 맑음추풍령 9.6℃
  • 흐림대구 13.5℃
  • 흐림울산 13.0℃
  • 흐림광주 18.1℃
  • 흐림부산 15.6℃
  • 흐림고창 14.1℃
  • 구름많음홍성(예) 11.4℃
  • 흐림제주 16.8℃
  • 구름많음고산 15.6℃
  • 구름많음강화 13.6℃
  • 맑음제천 8.6℃
  • 맑음보은 13.1℃
  • 맑음천안 11.7℃
  • 구름많음보령 10.1℃
  • 구름많음부여 11.7℃
  • 구름많음금산 12.8℃
  • 구름많음강진군 13.5℃
  • 흐림경주시 13.0℃
  • 흐림거제 15.4℃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우체국 앞에서 제자를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종종 만난다. 만날 때마다 학교 안에 있는 농협이나 우체국 또는 도서관 앞에서 만나기로 정하곤 한다. 오늘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녀는 무슬림으로 늘 히잡을 쓰고 생활한다. 그래서 할랄(HALAL)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갔다. 특별히 오늘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만남의 시간이다.

그녀는 유학생이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그녀는 성격이 밝고 무척 쾌활하다. 마주하고 있으면 상대방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그녀가 올봄에는 좀 힘겨운 시간을 마주했다. 그녀의 고향인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내전이 있었고, 그곳에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연구실에서 종일 실험을 하며 마주하는 공부만으로도 버거운데, 고향의 어둡고 무거운 소식에 밤잠도 설친다고 했다. 그런 제자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 싶었다.

늘 밝고 명랑한 그녀는 여전히 활짝 웃는 얼굴로 나왔다. 고향 가족들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다행히 가족들이 무사하게 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우리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학교 정원을 걸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소나무의 멋진 자태와 꽃이 지고 이파리가 무성해진 이팝나무를 지나고 은행나무를 지나 잔디 광장을 걸었다. 토끼풀꽃 향기가 기분 좋은 바람에 실려왔다. 쥐똥나무 울타리에서도 꽃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꽃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부겐베리아라고 했다. 수단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이란다. 나도 부겐베리아꽃을 좋아한다고 하자 그녀의 얼굴이 꽃이 되었다. 식당까지 한참을 걸었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한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오늘 제자가 추천한 식당은 첫 방문이라 좀 설렜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음식인 케밥을 먹기로 했다. 식당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사람들이었다. 오히려 케밥을 먹고 있는 나를 식당에 온 손님들이 몇 번씩 돌아보며 미소를 보내곤 했다. 같이 음식을 먹던 제자도 '선생님,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확인하듯이 물어보기도 했다.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자 다행이라는 말을 하며 덩달아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내가 먼저 제자에게 모스크(mosque)에 들르자고 했다. 그녀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우리는 다시 걸어서 모스크를 향했다. 그녀는 모스크에서 기도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아랍어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곳을 보고 모스크도 둘러보았다. 모스크에 온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이집트에서 온 부부가 있었는데, 제자와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며 더 살갑게 반겨주었다. 그리고 이집트 음식을 만들어 초대하고 싶다면서 좋아하는 이집트 음식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서슴없이 '우유밥'이라고 답했다. 깜짝 놀라 우유밥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며 다음 주에 이집트 음식을 같이 먹자고 했다. 약속을 정하고 모스크를 나와 제자하고 학교를 걸었다. 자연스럽게 문화 체험을 하게 된 셈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는 제자의 가방에서 도시락 소리가 났다. 도시락 소리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시락 소리가 난다고 하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던 시절을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자 그녀가 놀라며 반가워했다. 그녀는 수단 음식을 요리해서 도시락을 준비해 점심을 먹거나 아니면 라면을 먹는다고 했다. 라면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말도 했다. 이야기하며 걷는 동안 그녀의 집 근처에 다다랐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제자가 집에 도착해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생님 덕분에 스트레스 없는 시간을 보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이을성 신임 충북우수중소기업협회장 취임

[충북일보] 이을성(62·에스에스지에너텍 대표이사) 8대 (사)충북우수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이 8일 충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충북우수중소기업협의회는 이날 정기총회와 회장 이·취임식을 진행했다. 정기총회는 △협의회 운영 경과보고 △감사보고 △주요 안건 심의 등이 이뤄졌다. 2부 회장 이취임식은 박종관 회장의 이임사와 협회기 인수인계에 이어 이을성 신임 회장의 취임사와 감사패 전달이 진행됐다. 박종관 회장은 이임사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충우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회원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회원사의 사업 발전과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을성 신임 회장은 △지속가능한 충우회 △회원 확충을 통한 질적·양적 도모 △충우회 회원사들을 위한 교육, 정보, 지원사업 등 실질적 도움을 확장시켜 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내외적으로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의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된다"며 "중소기업인들이 그 역할을 책임져오는 시간이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배님들이 지나온 길을 잘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