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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잘재잘 떠들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요리실에 앉아 앞치마에 모자를 쓰고 집중해서 작은 손을 움직여댄다. 잠시 뒤, 삶은 달걀이 껍데기를 벗고 손톱자국 난 얼굴로 드러난다. 반면 아이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 혹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생기가 돈다. 작지만 소중한 이 순간이기에 나 역시 이 순간을 절대 놓칠 수가 없다. 내가 맞는 이 순간은 행복이라는 긴 여운의 날갯짓이다.

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국어교실 초등학생들이 요리 시간을 맞이했다. 서로 도와주며 챙겨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양보하며 배려할 줄 아는 모습에 칭찬을 양념처럼 활용하게 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먼저 달걀을 볼에 담아 포크로 으깨는 일을 했다. 으깨는 방법을 설명 하자마자 질문이 날아왔다. 러시아가 고향인 콘스탄틴이 "선생님, 으깨는 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알려주자 "아, 그거" 라며 아주 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오이, 양배추, 계란, 치즈, 햄, 마요네즈 등 샌드위치에 들어갈 재료가 준비되자, 우리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잡혔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에겐 달걀을 넣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친구에겐 햄을 넣지 않도록 서로 챙겨준다. 그리고 치즈나 양배추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까지 챙기며 같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샌드위치를 만든다.

말이 좀 거칠고 장난기와 활동량이 많은, 외가가 베트남인 아이는 사뭇 진지하다. 치과에 다녀 온 한 아이는 샌드위치를 즐겁고 신나게 만들었지만 부드러운 부분만 조금 떼어 먹으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다문화교육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비빔밥이나 샐러드에 비유한다. 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김밥이나 샌드위치에 비유해서 이야기할 때도 많다. 특히 샌드위치와 그에 얽힌 역사를 알게 되면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지곤 한다.

자주 접하게 되는 베트남 음식 중 '반미 샌드위치'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면 실감이 난다. 반미 샌드위치는 쌀국수와 더불어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학교에서 학생들이나 교원 다문화교육에서 음식체험을 같이 할 때도 있다.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를 체험할 때는 궁금해 하는 학생이나 선생님이 가끔 있다.

'샌드위치가 왜 이렇게 생겼어요?'

'선생님, 베트남은 아시아에 있는데, 어떻게 바게트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베트남의 반미 샌드위치는 보통 바게트 빵에 돼지고기 볶음과 고수, 무와 당근 피클을 넣어 만든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생겨난 음식으로 역사가 반영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 즐겨먹는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 역시 프랑스 샌드위치 크로크무슈에서 유래된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전해지면서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로 불리게 된 것이다. 크로크무슈는 프랑스에서 개발된 샌드위치로 빵에 햄과 치즈를 넣어 구워낸 빵으로 문학작품에 등장하게 되면서 더 유명해진 음식이다.

이탈리아식 파니니 샌드위치는 빵 사이에 들어가는 재료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하는가 하면, 덴마크 오픈 샌드위치는 호밀빵 위에 생선이나 햄과 달걀 등을 올려 그대로 먹는다.

그러고 보니 샌드위치처럼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음식은 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재료를 넘나들고 문화를 넘나들 수 있는 음식문화라는 것이 매우 반갑고 기분 좋다.

우크라이나가 고향인 나디야가 샌드위치를 하나 더 만들며 손을 든다. 양배추가 필요하단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키르기스스탄이 고향인 안드레이도 양배추를 더 달라고 한다.

한국어교실 아이들이 기호에 따라 자신이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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