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텅 빈 캠퍼스를 걸으며 중얼거려본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소란스럽다.

올해는 생각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얼어붙었다. 한창 들뜬 분위기에 설렘 가득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립다. 아쉬움에 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교정을 걷는데 여느 때와 다르게 모든 것들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있어야 할 사람들, 들려야 할 웃음소리, 왁자지껄 주고받는 말소리 등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들이 간절하다.

가만가만 걷다보니 어느새 정원에 초록빛 기운이 돈다. 양지쪽 산수유나무도 볼록볼록 봄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의 감탄사가 없으니, 봄맞이 나온 사람들이 없으니 그저 적막하고 더디고 싱거워 보인다. 키가 큰 소나무 뒤에 숨은 수양버들도 늘어진 가지에 연둣빛의 봄을 준비하고 있다. 까치가 둥지를 튼 튤립나무도 아무렇지 않게 흔들리다가 멈췄다가 봄맞이에 묵묵히 차분하면서도 분주한 눈치다. 저마다 나름대로 자기 위치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다.

도심에도 인적이 끊기고 상가들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니 흐르지 않는 물처럼 답답하다. 종일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긴장 속에서 움츠리며 지내다 보니, 우울감에 서로를 경계하듯 마주침이 반갑지 않은 나날들이다. 막연히 '곧 좋아지겠지, 괜찮아질 거야' 라는 주문을 외워보지만 지구촌의 상황을 접하면서 또 몸을 사리게 된다.

위로의 말 한 마디가 간절해지고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가 힘이 되는 이 때, 곳곳에서 희망의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얼굴 없는 천사들이 나타나 잔잔한 감동과 가슴 뭉클함으로 삶의 의지를 심어준다. 자원봉사를 하고자하는 의료진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지친 의료진을 향해 과자를 만들어 전하는 따뜻한 손길, 사과를 보내는 온정, 돼지저금통과 따뜻한 편지, 마스크를 만들어 전하는 등 감동을 전하는 천사들의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따뜻한 이웃들이 곁에 있어 우리는 모두 마음에 온기를 지피며 따뜻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지구촌 많은 국가들도 코로나19로 힘겨워하지만 간간이 전해지는 따사로운 이야기는 국경을 넘는다. 참 다행이다. 반갑고 좋은 뉴스를 접하니 덩달아 지구촌이 환해진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소개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도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도움의 손길을 펴며 정을 나누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훈훈해지는 분위기다. 중국에서 '대구 힘내세요!'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며 응원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우리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기도 한다.

나는 요즘 콰든 베일스를 자주 떠올린다. 아홉 살의 콰든은 호주에 살고 있는 왜소증을 앓고 있는 왕따 피해 소년이다. 그는 죽고 싶다고 절규했다. 그 모습에 가슴을 부여잡은 콰든의 어머니는 왕따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직접 '왕따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며 여러분 가족과 자녀, 친구들에게 왕따가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려달라'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호주는 물론 세계 언론을 통해 울려 퍼졌다.

호주 내셔널 럭비 리그의 원주민 올스타즈 팀은 뉴질랜드 마오리 올스타즈 팀과의 경기에 콰든을 초대했다.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입장하는 작은 키의 콰든을 2만 관중이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해주었다. 콰든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이어졌다. 미국의 코미디언 브레드 윌리엄스는 디즈니랜드로 콰든을 초대하기로 했으며, 모아진 성금을 왕따 방지 단체에도 기부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호주의 영화배우 휴잭맨도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콰든의 어머니는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아들을 응원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과 함께 '우리 인생 최악의 날에,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오늘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도 서로에게 봄맞이 응원을 보내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