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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오월의 꼬리가 월요일에 걸쳐 있다. 오월이 가는 것이 아쉬웠던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월요일에 숨은 꼬리를 잊어버리곤 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오월의 끝을 잡고 있다. 그래도 꽃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오월이어서 고맙고 따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옆 담장을 오르는 빨강 장미 넝쿨도 할 말이 있어 보인다. 교실에서 교복을 입고 재잘대는 엇비슷해 보이는 아이들과 장미 넝쿨 사이사이에 얼굴을 내미는 흡사해 보이는 장미꽃들이 참 많이 닮아있는 듯하다. 언뜻 보면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그렇겠지. 이런 생각에 이르자 어느 것 하나, 어느 누구 하나 소중하고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진리 같은 고마움이 새삼스레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꽃을 보면서 해마다 가정의 달 오월을 떠올릴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아름다운 계절의 설렘과 감사함을 어김없이 예약해 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오월에 우리 한국어 교실에도 감사함을 표현하는 마음들이 모였다. 표현이 아직은 좀 서툴지만 하나하나 느껴지는 따뜻한 사랑에 기분 좋은 만남의 시간이 이어졌다. 어버이날에는 의미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어머니날', '아버지날'과 '어버이날'에 대한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카드에 써서 직접 부모님께 드리도록 했다. 스승의 날에도 그 의미를 이야기하며 카드 쓰기를 했다.

미래에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는 러시아가 고향인 제자는 섬세하게 그림까지 그려서 카드를 꾸며 마음을 표현했다. 한국어가 아직 서툰 편으로 번역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메시지에서 감동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매일마다 견디시니까 고마워요. 건강하고, 부자 되고 행복하세요!' 몇 번이나 지웠다가 다시 쓴 흔적에 더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베트남이 고향이며 헤어디자이너가 꿈인 한 제자는 '심재숙 선생님! 5원 15일 행복하세요.' 라는 제목으로 카드를 썼다. 틀린 글자가 보이지만 문장마다 큰따옴표를 붙여서 말하듯이 표현을 했고 여기저기 빨간색 하트가 포인트로 들어가 있다. "한국어를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건강하세요.", "웃 많이 있어요.", "선생님 고생하셨어요.", "너무너무 예뻐요~", "제가 갑사합니다.", "너무 감사함니다."

한편 러시아가 고향이며 한국어를 제법 잘하는 제자는 충청도 사투리까지 쓰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능숙함도 보여줬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날마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수업 시간에는 계속 이야기해서 마음으로 미안해요. 선생님의 사랑을 늘 생각하겠어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사랑해유!'

3년 전, 한국어 수업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초등학생 제자는 편지를 쓴 다음 색칠도 예쁘게 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고 이어서 동영상도 보내왔다. 평소에도 안부를 묻고 가끔 시를 써서 보내곤 하는 제자다. 선생님 이름부터 틀렸지만 사랑스러운 편지다.

'안녕하세요! 심제숙 선생님. 저 000예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우리 또 언제 만날 수 있어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제가 다문화센터에서 가장 마음도 예쁘고 화를 내지도 않고 재미있게 해 준 사람은!!! 심제숙 선생님이에요. 너무 보고 싶어서 울 것 같아요.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제자들의 표정이 꽃처럼 떠오른다.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어 교실은 늘 풍성하다. 오늘도 아름다운 오월 이야기가 장미 넝쿨처럼 담장을 타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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