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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빨갛게 익은 해가 서쪽 하늘로 넘어간다.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불덩이 같은 해가 소나무 우듬지에 매달려 있었다. 소나무 언저리가 온통 붉었었는데, 순식간에 술래한테 머리카락이라도 보일세라 바빠진 해가 급히 서쪽 하늘 끝으로 사라졌다.

오늘 하루 무엇을 했나 자문을 하게 되는 시간이다. 아울러 내일을 생각하며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음 날이 기다려진다. 2주 전부터 '관찰 일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교실에 알로카시아 화분이 있다. 2년 전부터 함께 한 친구다. 교실에 햇빛이 들어오면 해바라기를 도와주고, 추울 때는 따뜻한 곳으로 자리를 바꿔주며 정이 듬뿍 들었다. 그런데 2주 전에 우연히 알로카시아 잎 사이에 작고 뾰족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 학급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관찰을 하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나스타시야는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뾰족한 싹을 자로 재고 그림으로 그리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작은 싹은 하루하루 눈에 띄게 키가 자랐다. 3cm에서 4cm, 5cm, 7cm, 11cm …. 아나스타시야는 자신의 키가 자라는 것처럼 신나고 즐겁게 한국어 학급에 왔다. 그리고 우리는 화분을 보며 동시에 '우와~!' 감탄사를 먼저 외치며 자를 세워 싹의 길이를 재곤 했다. 그리고 키가 더 많이 자란 날에는 더 크게 환호하며 관찰했다.

표현력이 뛰어난 아나스타시야는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자연스럽게 관찰 일기를 쓰자고 제안하는 나에게 거침없이 '오케이!' 라고 대답을 했다. 그 후 관찰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즐거운 기다림을 맛보게 된 것이다. 나도 은근히 출근 시간이 기다려졌다. 알로카시아가 얼마나 더 자랐을까· 잎은 어떤 모양으로 나올까· 기대를 하며 교실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한번은 한국어 학급에 온 친구들이 알로카시아 길이를 재려고 자를 들고 모여들었다가 새싹이 부러질 뻔한 적도 있다. 순간 서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쉬기도 했다. 모두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알로카시아 싹이 자라면서 잎의 형체가 되어갈 무렵이 되자 한국어 학급 친구들은 더 자주 화분에 관심을 보였다. 언제 잎이 펴질 것인지 기대하며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우리들은 알로카시아를 관찰하고 다음을 기다리며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되었다. 알로카시아 잎 모양이 온전해지자 아기 같은 그 잎은 아주 부드럽고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다. 아나스타시야는 그 모습을 그리고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동생인 아르투르 이야기를 하며 걸음마를 시작하고 곧잘 걷게 된 동생처럼 알로카시아도 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관찰 일기에 썼다.

알로카시아 잎 모양이 형체를 갖추게 되자 그 잎 끝에는 이슬 같은 물방울이 맺혔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보석 같은 물방울이 보이다가 1, 2교시 수업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물방울이 사라진다. 그래서 아나스타시야가 아침에 등교하면서 한국어 학급에 들러서 알로카시아를 먼저 만나고 교실로 갈 때도 있었다.

이제는 알로카시아 잎이 자라면서 크기가 다른 이파리보다 더 커졌다. 주말을 지내고 오니 부쩍 더 많이 자랐다. 우리들은 또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라 가장 늦게 자란 잎이 키도 가장 커졌다. 그래서 관찰 일기를 오늘까지 쓰고 마무리를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알로카시아 이파리 사이에 새로운 친구가 나타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거미가 거미줄을 한 줄 늘어뜨리고 집을 짓고 있었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거미가 놀라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가느다란 거미줄을 따라 거미가 오르는 것을 보았다. 아나스타시야는 관찰 일기에 거미줄과 거미도 그려 넣었다. 그리고 관찰 일기를 계속 쓰기로 약속을 변경했다.

나는 오늘도 서쪽 하늘에 붉은 여운을 바라보며 즐거운 내일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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