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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그날 는개에 갇혔었다. 그 좋던 날씨가 하필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에는 기온이 좀 오르면서 종일 는개까지 내렸다.

우리는 1년에 두세 번 정도 만나는 사이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많고 열정만큼이나 몸이 가벼워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영동의 교육 현장에 있는 한 사람, 진천의 교육 현장에 있는 한 사람 그리고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까지 이렇게 세 사람이 오랜만에 만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이리저리 시간을 맞추려다가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쉽고 그리운 마음이 깊어 해가 바뀌자마자 1월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장소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박물관으로 정했다. 모두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어렵지 않게 장소를 결정할 수 있었다.

는개 속에 만난 우리는 늘 그랬듯이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이야기보따리를 먼저 풀었다. 그렇게 한숨을 돌린 후에 체온을 재고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시하고 교육박물관에 입장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교육박물관에는 우리 세 명이 전부였다. 우리가 네 시간을 박물관 내부에 머물렀는데 내내 우리뿐이었다. 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대를 넘나드는 박물관 기행을 했다.

교육박물관은 한국교육사실Ⅰ과 한국교육사실Ⅱ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국교육사실Ⅰ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영상이나 유물과 모형을 구비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삶과 직접 연관이 있는 내용을 생활에서 학습했던 선사시대를 비롯하여 학생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제도를 마련하고 유교와 불교 경전의 내용을 학습했던 삼국시대 상황을 읽을 수 있었다. 국가의 기본이념인 성리학이 널리 교육되었던 조선시대는 전시된 유물을 통하여 지배층과 백성, 여성, 전문가, 아동의 교육내용과 방법을 보여준다. 특히 내가 가르치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지폐로 기억하는 인물인 '세종대왕'에 관한 전시물 앞에서는 더 오래 머물렀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학생들과 꼭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 일행이 모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확인하며 서로 밝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교육사실Ⅱ는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면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교육의 역사를 개화기, 일제강점기, 해방시기, 한국전쟁기. 현대교육 그리고 선생님이 되기까지의 내용 관련 유물과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국전쟁기에 전쟁 중에도 정부와 국민들이 교육을 중시하여 천막교실에서 수업하는 장면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는 한참을 더 머물렀다. 이어서 교육테마실과 교육체험실, 사진관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주제에 따라 교육의 변화된 모습을 전시한 교육테마실에서는 교육의 미래와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한편 교육체험실은 과거 교육 현장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의 도산서당과 1970년대 학교를 볼 수 있다. 추억의 전래놀이를 하는 장면들을 만나면서 절로 유년으로 돌아가게 되는 곳이기도 하며, 문구점에는 그때 그 시절에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은 책상과 의자가 진열된 교실에는 난로가 있고 난로 위에는 양은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서로 반가운 마음에 환호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업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학생이 되었다가 선생님이 되기도 하면서 시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갔다. 끝으로 들른 사진관에는 학창시절에 입었던 교복과 가방, 교련복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의 네 시간의 교육박물관 기행은 는개 속에 4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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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