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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05 14:48:11
  • 최종수정2020.01.05 14:48:11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제자가 찬바람 속에 목화꽃을 들고 걸어왔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 아직은 중학생인 제자가 꽃과 편지를 들고 찾아왔다. 제자는 수줍은 듯 꽃을 내밀며 작은 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꽃 속에 편지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별은 언제 맞닥뜨리더라도 참 어렵고 어색한 것 같다.

내가 아끼는 제자는 러시아가 고향이며 외가이기도 하다.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며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 것이다. 총명한 제자는 확고한 꿈이 있다. 소아암 전문의사가 되어 소아암 환자들을 돌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대화를 하다보면 따뜻한 감성을 지니고 있어 늘 정이 느껴지는 제자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선생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긴 시간 정성들여서 썼을 작고 예쁜 글씨의 편지에도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다소 어색한 표현도 있지만 참 기특하고 고마운 편지다.

편지를 그대로 옮겨 본다.

사랑하는 심재숙 선생님에게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무 친절합니다.

저는 한국어를 배울 때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심재숙 선생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계속 맛있는 음식을 줬습니다. 감사합니다.*^^*

러시아 학생들이 너무 시끄러우니까 진짜 죄송합니다.

선생님 한국어 수업을 너무 재미있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앞으로 아프지 마세요!!!

당신이 내 선생님이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저는 당신의 교훈을 매우 그리워할 것입니다.ㅠ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보송보송 새하얀 목화꽃 속에 제자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편지 가득 따뜻한 마음도 그대로 전해진다.

마침 내가 영화를 보기로 한 주말이었기에 제자와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평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면 영화관엘 자주 가는 편이다. 이번 주말이 바로 그런 날이었고 러시아에서 온 제자와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늘 학생들을 만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선택한 영화는 '시동'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 세대인 제자와 함께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우연의 일치 치고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영화는 아직 되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이 없는 반항아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답답하고 지긋지긋한 학교나 공부로부터 벗어나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인공은 직접 세상과 만나게 된다. 낯선 사람과 세상을 만나면서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거친 잔소리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자와 함께한 시간, 영화 속 인물을 통하여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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