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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5.08 14:32:45
  • 최종수정2025.05.08 14:32:45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사과와 꽈배기!' 통화 중 어머니가 드시고 싶다고 명쾌하게 이야기한 두 가지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명쾌한 대답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맞이한 5월 연휴는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에 폐렴으로 입원을 했던 어머니는 며칠 사이에 극도로 쇠약해지셨다. 허리와 무릎이 불편해서 걷는 것이 어려운 데다가 숨조차 가빠서 거동이 힘들다. 부축해서 겨우 몇 걸음 내딛지만 기운이 없어 앉을 자리 먼저 찾으신다.

나는 그녀를 위해 즐겨 드시던 음식을 장만했다. 사과와 꽈배기도 준비해 고향집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움직이기가 어려워 거실에서 맞이해 주셨다. '뭘 이렇게 많이 가져왔느냐!'고 하시며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나는 서둘러 어머니께서 명확하게 드시고 싶다 하셨던 '사과와 꽈배기'를 접시에 담아 드렸다. 어머니는 생각했던 맛이 나지 않으시니 그냥 조금만 드시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생각했던 맛이 아니라고 하시는 목소리에도 기운이 없다.

초록 세상에 떨어져 반사되는 봄 햇살이 눈부시고 아름다워서 어머니와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거동이 불편해서 바깥출입이 어려웠던 어머니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눈부신 초록 세상을 보며 기억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셨다.

먼저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위해 가까운 곳에 있는 각연사에 들렀다. 길옆으로 핀 꽃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며 좋아하셨다. 그리고 밭에 심은 고추와 옥수수 모종을 보며 당신이 농사짓던 시절을 떠올리셨다. 아울러 귀촌이나 귀농을 하여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 풍성해진 마을을 보며 옛날에 좁다란 오솔길로 어렵게 다니던 시절 이야기도 하셨다.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출발한 드라이브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이번에는 그녀의 고향으로 향했다. 장연면 방곡리가 고향인 어머니는 차가 지나가는 마을을 다 기억하고 계셨다. 이웃 마을의 이름을 호명하며 그때의 마을 풍경과 상황도 일일이 설명하셨다. 그러면 바로 다음 마을 이정표가 나타났다. 나는 어머니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시절 비가 많이 내려서 건너지 못하고 선생님 등에 업혀 건넜던 기억도 생생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어느새 병색이 짙었던 어머니 얼굴은 환하게 빛이 났다. 그렇게 어머니 고향에 다다르자 어릴 적 가족들이 함께 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리워하셨다.

다시 어머니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나도 어릴 적에 가 봤던 큰고모가 사시던 곳이다. 그 마을은 가구 수가 많이 늘어서 예전과는 다르게 큰 마을이 되어 있었다. 느티나무가 자라서 늠름하게 마을을 지키고 있었고 새로 지은 집들이 늘어서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때 가끔 왔던 마을이다. 나도 어릴 적에 산길을 걸어 어머니와 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어머니는 젊고 고우셨다. 어머니는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마을이 너무 많이 변해서 느티나무가 아니면 마을도 알아보기가 어렵겠다고 하셨다. 더구나 큰고모네 가족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남은 가족이 아무도 없으니 텅 빈 마음에 쓸쓸한 바람이 지나는지 몸을 움츠리셨다.

우리는 유황온천에 갈 때 자주 넘던 고개를 구불구불 넘으며 또 옛날이야기를 했다. 온천에 가는 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온천에 갈 기운도 없다. 온천에 갈 때마다 몇 번이고 시원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시며 참 좋아하셨는데…. 고개를 내려오며 멀고 가까운 푸른 산마루를 보며 참 아름답고 멋지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어서 예전에 5일 장이 크게 서던 장터, 장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붐비던 장 골목이 있던 곳을 지났다. 지금은 장이 서지 않으며 사람도 많지 않다. 드문드문 식당과 마트, 미용실 간판이 보일 뿐 오가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어머니는 얼마 전에 다녀오신 미용실을 가리키며 반가워하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는 누워서 쉬셨다. 손을 마사지해 드리니 따뜻해서 참 좋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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