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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29 14:48:51
  • 최종수정2023.10.29 14:48:51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우리 학교 근처에 있어요. 찍었을 때 선생님 생각했어요.' 세 컷의 코스모스 사진과 함께 카톡으로 온 메시지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제자가 주말에 산책을 하다가 코스모스를 찍어 보낸 것이다.

제자는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쯤에는 호된 가슴앓이로 방황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고향인 수단에서 내전이 계속되자 가족들이 집과 일자리를 잃고 쫓기며 오로지 살기 위해 피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 공부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만나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슬림인 그가 즐겨 먹고 특히 좋아하는 음식인 샤오르마를 먹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읽어주며 다독여 주었다. 아울러 수단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남은 공부를 잘 마치고 취업을 하는 것이 가족들을 위하는 길이자 스스로를 위하는 것이라고 설득을 하자 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공부를 해서 졸업을 하고 취업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행히 생각을 정리하는 눈치였고 표정도 밝아졌다.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수단의 내전으로 가족들이 이민까지 생각을 했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가족들 중 오빠와 언니는 이집트로 이민을 가자고 하고, 부모님은 수단을 지켜야 한다며 서로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했다.

얼마 후, 제자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공부에 집중을 하면서 일주일에 두 차례는 학원에 나가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가 안정을 찾고 학업에 열중할 즈음, 마침 청주시에서 '외국인 말하기 대회'가 있었다. 말하기 대회에 대한 정보를 주고 나가보라고 권유하자 그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말하기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말하기 대회에서 발표할 주제는 '한국 문화'로 정했다고 했다.

순간 나는 언젠가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수단에서 온 제자를 포함하여 이집트에서 온 학생들과 네 사람이 생선구이를 먹으러 갔다. 모두 무슬림이기에 생선구이 식당으로 간 것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식탁 중앙에 먹음직스러운 생선구이가 놓이고 된장국과 김치 그리고 밑반찬이 나왔다. 모두 눈을 크게 뜨고 환호하며 좋아했다. 그때 내가 먼저 손으로 먹어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다. 그래서 젓가락 사용이 서툰 편이다. 제자가 정말 손으로 먹어도 괜찮은지 되물었다. 괜찮다고 하자 모두 생선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반찬도 손으로 먹고 된장국은 그릇으로 마시며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평소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터라 외국인 학생들과도 쉽게 가까워지는 편이다.

제자에게 말하기 대회에 나갈 원고를 써 보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과 수단의 대비되는 문화를 재미있게 비교하면서 원고를 수정했다. 현재 한국은 분단국가이며 수단 역시 남수단과 수단으로 분단이 되어 있다. 한편 한국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데,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는 점도 서로 이야기했다. 물론 한국은 젓가락을 사용하며 수단은 손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는 점도 내용에 포함했다. 제자가 또 김치 이야기도 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냄새가 나서 못 먹었는데 지금은 김치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자는 말하기 대회에 나가기 위해 원고를 열심히 외웠다. 손동작도 연습을 했다. 말하기 대회가 있는 날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났단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결과 말하기 대회에서 당당하게 1등을 했다. 제자는 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상금은 모두 아프리카 수단 부모님께 보낸다고 했다.

그의 가을이 찍어 보낸 코스모스 사진처럼 예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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