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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벽을 보고 외친다. 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국어 교실에는 오늘도 변함없이 무궁화 꽃이 활짝 핀다.

"하나 둘 셋!"

하지만 가끔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 아닌 '하나 둘 셋!' 숫자로 대신 할 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한국어 교실 친구들은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으며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발음하기가 좀 어렵기 때문이다. 술래가 '하나 둘 셋'으로 외치면 오히려 놀이에 속도가 붙어 더 재미있어 하며 서로 너그럽게 이해해 준다.

쉬는 시간이면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으니 참 좋다. 한국어 공부가 좀 어렵더라도 쉬는 시간을 기다렸던 친구들은 교실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매우 흥미로워한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 역시 함께 놀이를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맞이한다. 때로는 술래가 되기도 하고 술래의 눈을 피해 재빠르게 움직여 술래를 향하기도 한다. 술래의 눈에 띄어 다시 술래가 될 때는 우리 친구들이 환호하며 반긴다.

초등학생인 우리 친구들은 경쾌하게 뛰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이 또래의 건강한 친구들이라면 누구라도 뛰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특히 긴 복도에서는 더 뛰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친구들에게 '위험하니 뛰지 말자', '계단에서는 뛰지 않아요'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끔 미안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뛰게 되면 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뛰지 않고 빠르게 걷기로 약속을 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된 것이 바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다.

친구들은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 같이 놀이를 시작한다.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 술래의 시선을 피해 빠르게 움직인다. 뛰지 않기로 약속을 했기에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움직이는 친구들의 모습이 아주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개구쟁이처럼 보이기도 하여 교실 안이 웃음바다가 된다. 그러면 어느새 옆 반 친구들까지 와서 함께 놀이에 참여하게 된다.

오늘은 우리 다문화교육지원센터 연구사님이 잠시 교실에 들르셨다. 마침 우리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중이었다. 조심스레 교실에 오신 연구사님도 어느새 놀이에 합류를 하셨다. 모두 술래가 벽을 보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동안 술래를 향해 움직였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연구사님도 술래를 향해 움직이다가 재미있는 동작으로 멈추기도 하면서 웃음을 선사해주셔서 웃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놀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바로 흔쾌히 놀이에 뛰어들어 친구들의 마음을 읽어주시는 연구사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고맙고 또 감동적이었다.

오늘 유난히 더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우리 친구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소통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또 아낄 줄 안다는 것이 가슴 뭉클하게 고맙고 사랑스럽다. 우리들에게 무궁화 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다. 놀이를 할 때는 물론, 손을 씻거나 집중을 할 때 등 소통하며 힘을 모을 때 반드시 필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늘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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