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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산책나선 길, 가을바람이 유난히 달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좀 이른 점심으로 중국음식을 먹고 작은 숲길에 접어들었다.

학교 안에 옹달샘처럼 숨겨진 메타세콰이어 숲, 길게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를 따라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기분 좋은 공기가 온 몸을 돌아 나오자 몸이 가뿐해지는 것 같았다. 더구나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더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양팔을 벌려 잠자리처럼 날개를 만들어 숲을 누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모습, 뒷모습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중국 단풍나무, 밤나무, 도토리나무, 산수유나무, 쥐똥나무, 튤립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니 작고 아늑한 그 숲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햇빛이 잠시 머무는 숲, 쌓인 나뭇잎 사이로 이끼와 갖가지 모양의 버섯들이 희망을 부풀리고 있었다. 보물찾기 하듯 바닥을 보며 걷는 우리들의 시간도 뿌듯하게 영글어 갔다. 제법 바람이 불자 후두둑 도토리가 떨어지고 밤도 떨어졌다. 소리를 지르며 쪼르르 밤나무 아래로 달려간 우리 일행은 밤을 찾아 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일행 중 한 명은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지는 것을 처음 본다며 밤송이와 알밤을 주워 사진을 찍으며 연신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밤나무 아래는 길이 나 있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밤나무를 쳐다보며 밤이 떨어지길 간절히 바랐다. 더러더러 눈에 띄는 채 영글지 않은 밤송이를 보며 나뭇가지를 흔들기도 하며 밤을 주웠다. 알이 굵지 않은 밤이지만 여럿이 함께 하다 보니 두 홉 정도는 되었다.

우리 일행은 밤을 챙기고 학교 교정에서 가을 산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제서 밤을 주우며 긁힌 손등과 팔에 생긴 상처가 보였다. 아픈 것도 모르고 밤 줍는 일에만 열중하다가 상처를 보니 쓰라림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한 산수유 열매도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학교 기숙사를 지나 박물관 쪽으로 돌아서 중앙도서관 앞으로 크게 한 바퀴를 산책하기로 했다. 숲에서 기숙사까지는 잣나무 가로수길이다. 박물관 앞을 지날 때는 플라타너스와 함께 걷게 된다. 길 옆 잔디밭에 납작 엎드린 토끼풀을 만나면 우리들은 네잎토끼풀을 찾아 잠깐 머무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네잎토끼풀을 찾게 되면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나누었다. 걷다가 양념처럼 네잎토끼풀을 찾으며 다시 걷곤 했다. 나뭇가지가 휘어져 내리도록 은행이 많이 달린 은행나무, 일찌감치 붉은 감을 품고 선 양지쪽에 자리 잡은 감나무를 지나는 동안 도서관 처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서관 앞, 광장에 선 버즘나무와 느티나무가 사람을 품고 있었다. 도서관을 지나니 옆 잔디밭에는 토끼풀이 군락을 이루며 펼쳐져 있었다. 우리들은 일제히 엎드려 경연을 하듯이 네잎토끼풀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산책을 하거나 가족 나들이를 나왔던 사람들도 모두 모여들었다. 서로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네잎토끼풀을 찾느라 자세를 낮추어 눈을 떼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찾았다는 반가운 환호성이 터졌다. 우리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반나절 산책을 하고 나니 벌써 서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10월 중국 고향의 국경절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던 일행은 반나절 산책을 통하여 잠시나마 한국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으리라. 우리 일행은 걸음을 재촉하며 밤을 줍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종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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