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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특별한 봄을 잘 보냈다. 4월부터 5월을 거쳐 6월까지 잘 지냈다. 아니 1학기를 잘 마쳤다. 걱정인형 덕분에 힘을 얻고 모든 일정을 잘 마무리한 셈이다.

과테말라에 있는 산 카를로스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강의하기 위해 한 학기 분량을 촬영했다.

과테말라는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나라다. 북쪽과 서쪽은 멕시코, 동쪽은 벨리즈와 카리브해, 남동쪽은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남쪽은 태평양과 접해 있다. 인구는 약 1천660만 명이며 수도는 과테말라시티이다. 시차는 15시간이 나며 한국 시간이 과테말라 시간보다 15시간 빠르다. 성스러운 물의 나라로 일컫는 과테말라, 무성한 숲의 땅인 과테말라, 영원한 봄의 나라로 불리는 과테말라다.

과테말라는 옥수수를 귀하게 여기며 주식으로 여기는 나라다. 축제에서도 옥수수가 등장을 하며 옥수수에 대한 각별한 문화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인구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는 나라, 기후가 온화한 나라이다. 그리고 마야문명과 화산으로 알고 있던 과테말라의 대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게 된 올봄은 어쩌면 특별한 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나에게는 반갑고 즐거운 기회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쁜 일정에 쫓기기 시작했다. 급하게 계획된 일정이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잠자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먼저 관련 책을 찾아 강의계획서를 짜고 다시 구체적인 내용을 첨부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강의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잠이 부족해 힘겨운 시간과 마주했다. 평소 해오던 일상적인 일을 그대로 하면서 별도로 시작한 한국문화 강의 준비는 막연하게 걱정했던 것보다 더 버거웠다.

걱정인형에게 걱정을 맡기기로 했다. 과테말라에는 걱정인형이 있다. 나는 걱정인형을 정말 좋아한다. 워낙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을 좋아하는데, 유난히 걱정인형은 가깝게 곁에 두게 돼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의미도 좋다.

걱정인형은 오랜 옛날 과테말라에서 자투리천과 나무조각으로 만든 조그만 인형이다. 새끼손가락 크기의 작은 인형도 있고 더 작은 것도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걱정거리를 걱정인형에게 이야기하고 베개 맡에 두고 잔다. 그러면 잠을 자는 동안 걱정인형들이 걱정거리를 사라지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소원을 빈 사람의 걱정이 사라진다고 한다.

과테말라에서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걱정인형을 만든다. 한 사람은 머리를 만들고, 옆에 있는 사람은 몸을 만들고, 또 다른 사람은 팔을 만들고, 다른 사람은 옷을 만들며 가족들이 함께하면서 걱정인형이 완성된다. 그리고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그들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고 한다.

그런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올봄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꼭 걱정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며 걱정을 덜었다. 불안한 마음이나 시간이 부족해서 힘든 마음도 걱정인형에게 다 털어놓았다. 그리고 수면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한 가지 소원을 더 말하곤 했다. 3~4시간밖에 잘 수 없으니 3시간을 자더라도 7시간을 잔 것처럼 잠을 깊게 잘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 덕분인지 바쁜 일정을 잘 소화하고 한 학기 강의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과테말라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싶었는데……. 걱정인형에게 또 이야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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