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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선생님~"

숨이 턱에 차도록 급하게 달려 온 아이가 선생님을 부른다. 인사할 겨를도 없이 선생님을 부르면서 등에 멘 축 늘어진 가방을 내려선 지퍼를 여는 손이 더 빨라진다. 궁금해진 친구들이 모여든다.

의문의 가방에서 '사과, 소금, 과일칼'이 나온다. 베트남에서 온 아이의 표정이 꽃처럼 환해진다. 나머지 친구들의 얼굴은 눈망울이 뙤록뙤록 온통 호기심 천국이다. 러시아를 비롯하여 우크라이나, 필리핀, 태국,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온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 내 마음은 따뜻해졌고 얼굴에는 자꾸만 웃음이 번졌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에서 온 아이와 처음 만난 봄, 신학기를 돌아보면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의젓하고 대견스러운지 모른다. 걸핏하면 거친 말을 하고 소리부터 질러서 힘들게 했었는데…. 관심과 칭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는 사과를 나누어 먹으려고 과일칼까지 가지고 왔다. 난 그 마음을 알기에 위험하지만 칭찬부터 해 주었다. 아이가 사과를 직접 깎으려고 해서 내가 돕기로 했다. 베트남과 몇몇 국가에서는 사과를 반대 방향으로 깎는다. 칼날이 깎는 사람 안쪽으로 향하지 않고 반대쪽인 바깥으로 향한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상대방이 사과 깎는 모습을 보면 불편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위험하다고 조심하라며 거들겠다고 나선다. 우리는 사과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사과를 깎는 것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소금에 대한 것역시 친구들과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우게 되는 재미있는 시간이 된 셈이다. 사과를 깎아서 먹기좋은 크기로 자르고, 옆에는 소금 접시를 놓았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온 아이를 따라 먹었다. 사과를 소금에 찍어 먹는 모습에 나머지 친구들이 얼음처럼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 뒤 호기심을 유발하며 따라서 먹어보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살아있는 문화체험 시간이 된 것이다.

베트남에서 온 아이가 칭찬을 받으며 소통을 하게 되자 언젠가부터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먹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사탕을 가져와 나누어 먹었다. 옆 반에도 가서 사탕을 나누어 주고 오는 표정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한번은 수업 중에 베트남은 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며 커피 향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아이가 '선생님, 카페라테 좋아해요?'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유에 베트남 커피를 타서 가져 온 것이다. 반 친구들과 조금씩 나누어 마셨다. 최고의 카페라테였다. 어느새 아이는 나눔의 기쁨과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그림 솜씨가 뛰어난 아이는 무언가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릴 때는 집중력이 대단하다. 요즘 들어 부쩍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한다.

"선생님, 박항서는 너무 귀여워요. 베트남 사람은 박항서 다 좋아해요. 정말 좋은 사람 맞아요."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에 자주 나오는 박항서 감독의 동작 하나하나를 그대로 따라하며 보여

주기도 한다. 축구 경기를 보고 온 날은 더 자주 감독의 제스처 흉내를 낸다.

무엇이든 표현을 할 줄 아는 아이여서 참 좋다. 힘들 때는 '선생님, 힘들어요.' 라고 말하고 가끔은 공부하다가도 조용히 '엄마가 보고 싶어요' 할 때도 있다.

무작정 소리부터 지르고 거친 말을 하며 관심을 요구하던 아이였는데…. 돌아보니 함께 걸어온 1년 가까운 시간이 아이에게 재미있어지고 즐거운 길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부쩍 요즘 들어 나누는 일과 도와주는 일을 더 좋아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진다.

우리들이 더불어 함께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에 오늘도 칭찬과 응원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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