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7.30 15:37:53
  • 최종수정2023.07.30 15:37:53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주말이다. 지리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주말이다. 수시로 장맛비가 쏟아지니 특별한 계획이나 나들이를 생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겨우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만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 수준이다.

오늘도 오전에는 한국어 수업을 했다. 한국어 수업을 마치자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 주말은 특별한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고향인 통·번역사 선생님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초대받은 사람은 나와 중국이 고향인 통·번역사 선생님과 둘이다. 우리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힘든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때로는 위로가 필요할 때 등 서로 연락도 자주 하고 종종 만나곤 한다. 늘 3국이 만나는 셈이다.

이번 만남은 베트남에서 온 통·번역사 선생님이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주말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고 서로 시간을 조율해서 날짜를 정한 것이다. 베트남 선생님이 베트남의 음식 중 '분짜'를 베트남에서 요리하는 방식 그대로 요리해서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들은 가끔 만나서 한국 음식, 중국 음식, 베트남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하곤 했다. 특별히 오늘은 베트남 오리지널 음식으로 '분짜'를 직접 요리해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다. 분짜는 쌀국수를 삶아 돼지고기 숯불구이와 오이, 양파 등을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양념 소스에 찍거나 비빔국수처럼 비벼서 먹는 베트남 하노이의 전통음식이다. 우리는 정성스럽게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아 분짜를 먹으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양념처럼 곁들였다. 그럴 때마다 베트남 선생님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조리법에 대한 이야기를 더 곁들였다. 포만감에 더해진 이야기는 식탁을 더 감사하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러시아에서 온 제자가 초대를 한 적이 있다. 일주일씩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제자는 야간 근무를 시작할 때 시간을 내 초대를 하곤 한다. 아울러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전기요금 자동이체 신청과 고지서 발급 신청에 대한 것을 좀 알려달라고 했다. 우리들은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식인 '만뜨'와 '삼사' 그리고 '샐러드'를 먹고 '레몬홍차'를 곁들여 마시면서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확인하며 마음을 나누었다. 만뜨는 한국의 만두와 비슷하며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이고, 삼사는 오븐이나 탄두르에 굽는 음식으로 모양은 마치 팥빵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가 소로 들어간 식사로 소스, 샐러드와 곁들여 먹는다. 탄두르에 구워 매우 담백하고 고소하며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또한 며칠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온 제자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아프리카 수단의 전통 음식인 '파스마'를 만들어서 점심에 함께 먹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학원에 재학중인 그는 늘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주말에는 시장에 가서 필요한 과일이나 채소를 사고, 수단에서 즐겨 먹는 요리에 필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구매를 한다고 한다. 특히 쌀이나 밀가루, 고기나 코코넛 등은 인터넷이나 외국인을 위한 식품점에 직접 가서 구매를 하기도 한다.

코코넛 가루가 하얗게 뿌려진 향긋한 '파스마'와 요거트를 먹으며 우리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밝고 명랑한 제자가 요즘 고향의 가족들이 수단의 내란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또 이동을 하게 돼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의 어깨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우리는 학교에서 산책을 하며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사는 한국어 강사인 나는 언제나 초대받은 사람처럼 즐겁고 설렌다. 긴 장마가 지나면 보송보송한 마음을 열어 마음 줄 사람들을 초대해야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