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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7.21 14:33:43
  • 최종수정2019.07.21 14:33:42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한국에는 사과가 두 개 있어요."

중국이 고향인 한국어학급의 한 학생이 한국어 수업 시간에 한 말이다. 동음이의어로 '사과'를 생각하기에 앞서 자연스레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 두 종류의 사과가 먼저 떠올랐다. 솔직히 동음이의어로 말하리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두 개의 사과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는 먹는 사과가 있어요. 미안한 사과도 있어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과 이야기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다시 물었다.

"한국에는 두 개의 사과가 있어요. 그럼 중국에는 몇 개의 사과가 있어요?"

우리 학생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한 개의 사과가 있단다. 내가 먹는 사과를 떠올리며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 이상 질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때 다시 학생으로부터 질문이 날아왔다.

"선생님, 중국 사과 알아요?"

"그럼요. 중국에서 사과 많이 먹어봤어요. 사과가 좀 작지만 정말 맛있어요."

질문을 한 학생은 그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한국 사과하고 똑같아요. 사과라고 말해요."

"그래요? 중국에서도 정말 사과라고 해요·"

나는 궁금해서 물었고 중국에서 온 다른 학생도 웃기 시작했다.

한국어와 달리 성조가 있는 중국어이기에 좀 다르게 느껴졌지만 분명 '사과' 였다. 알고 보니 중국어에서 사과(傻瓜)는 '바보, 멍텅구리, 멍청이'라는 의미였다. 한국어학급에 한바탕 웃음이 지나갔다. 우리는 모두 국적에 상관없이 중국의 사과를 기억하게 된 셈이다.

'사과'로 하나가 되어 웃다보니, 문득 '사과가 쿵'이라는 번역 동화가 떠올랐다.

풀밭에 커다랗고 빨간 사과 한 개가 떨어진다. 집채만한 사과를 개미와 두더지가 '야금야금' 맛있게 파먹는다.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냠냠냠, 날름날름, 와사삭와사삭…….' 맛있게 배불리 먹는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양보하고 배려 할 줄도 아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사과 안에는 기린과 코끼리가 들어갈 수 있으며 동물 친구들이 모두 모여 배가 부르도록 사과를 먹을 수 있다. 갑자기 비가 내리지만 커다란 사과는 우산이 되어준다. 모든 동물들이 안전하게 비를 피한다.

사과는 마법과 같은 과일이다. '사과' 하면 먼저 백설공주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사과를 떠올리면 바늘과 실처럼 소금도 떠올리게 된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는 망고나 사과 같은 과일을 먹을 때 소금에 찍어 먹는다. 오래전, 처음 그 장면을 접했을 때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사과 껍질을 깎는 방법 역시 다르다. 한국은 칼날 방향이 깎는 사람 쪽으로 향하는 반면 베트남, 태국,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는 칼날 방향을 밖으로 향하게 해서 반대방향으로 깎는다.

처음엔 얼마나 낯설고 어색하던지 '매한가지'라는 시를 쓴 적도 있다.

그녀가/사과를 깎는다/왼손으로 사과를 깎는다/칼날을 바깥으로 향하게 하고/집게손가락을 주로 사용하여/왼손을 움직일 때마다/긴 껍질이 바닥으로 떨어진다/괜한 불편함 같은 껍질이/바닥에 떨어져 둥글게 헝클어진다/나는 사과를 깎을 때/오른손을 사용한다/칼날은 안쪽, 나를 향하게 하고/주로 엄지손가락을 사용하는데,/2년 전 베트남에서 온 그녀는/다르다 영 다르다/안 그러려고 해도 아직/뭔가 불안하고 어색하고 거북스럽다/어느 쪽으로 깎아도/매한가지인데

'사과' 하나로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풍성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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