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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묶은 사람이 묶은 것을 풀어야 한다는 의미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 어떤 사건을 묶은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가장 잘 알기에 풀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묶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왔고 다투어 피는 꽃들을 보고 꽃들아 미안하다, 춥고 아픈 겨울을 이겼으니 참 기특하구나 인사도 못하고, 봄비 주척주척 내리는 날 옛사랑을 불러내지 못하고, 새벽 세 시 홀로 일어나 두 손 모으고 간절히 기도할 대상이 없다면 이는 마음에 큰 병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結은 맺을 결로 묶다, 매다라는 뜻이다. 매다는 매임이다. 매여 있는 것은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브레이트 하트〉에서 스코틀랜드 영웅 윌리암 왈라스가 잉글랜드와 싸우다 패배하여 죽으면서 "자유Freedom!"을 외친 Freedom도 매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외침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매임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매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일이 힘들어 한숨 쉬며, 하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고 싶음, 또는 슬픔을 벗어나고 싶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벗어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때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는 매임. 이 매임을 알 수 없을 때, 탄식과 포기와 눈물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고 그저 계속 매어 있는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한다.

유몽인(柳夢寅)은 "지금 여기 한 사람이 포승줄로 묶은 것도 아닌데 무언가가 묶여 있는 듯 보인다. 단단히 무언가에 묶여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세상 모든 사물은 자리를 지키며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스스로 묶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그 마음에서 빠져나올 용기와 결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림자라고 했다.

원본은 이데아에 있고 복사본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다. 복사된 그림자는 허상으로 이 땅에 있다. 우리는 허상을 진짜라 여기고 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시 플라톤은 동굴의 우화에서 쇠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나와 대자연과 빛나는 태양(진리)을 보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 허상을 끊어내고 바르게 서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허상에 집착하면서 살아갔던 필자는 어느 날 허상으로부터 벗어나 본래 지니고 있던 실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밖에서 깨주고 안에서 깨는 줄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 속 병아리는 부리로 껍질 안쪽을 쪼아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 하는데, '줄'은 바로 병아리가 알을 깨기 위해 쪼는 것을 가리킨다. 어미닭은 품고 있는 알 속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데, 이를 '탁'이라 한다.

필자에게 '밥을 잘 사주는 여인'(밥사여)이 있다. 실제 현실에서 밥을 잘 사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필자가 힘들 때 그 힘듦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SNS상에서 응원하는 메시지를 끝까지 보내주기 때문에 붙여진 호칭이다.

알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려 하는 필자에게 깨우침에 대한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처럼 불 밝혀 따라가게 만들어 주는 여인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문자 메시지로만 응원할 뿐인데도 결국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매임에서 풀려나 태양을 볼 수 있었다.

헤세 『데미안』에서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들은 신에게로 나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 했다.

현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자아 성장 상징인 아프락사스(모든 가능성은 숨 쉬고 있다)처럼 드론 프로펠러를 힘차게 돌려 하늘로 비상할 힘을 주었다. 하루를 여는 새벽이 되었다. 새벽 인사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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