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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7.26 15:42:59
  • 최종수정2020.08.09 14:16:50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몽테뉴는 "옛사람들은 밤낮없이 며칠 밤을 새우며 술을 먹었다. 우리도 많이 마셔야 한다. 술에 취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며, 확실한 시련을 경험하게 하며,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하지 못하는 춤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술은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의미이다. 술은 의식하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살아있는 존재로 주체는 나이며 자신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변하지 않는 본질을 깨달을 수 없기 때문에 술을 찾으며 그 속에서 쾌락과 자유를 맛보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들뢰즈 또한 "우리는 약의 재료가 되는 물질이나 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일 이것들의 사용을 규칙으로 정하는 소외 장치들이 혁명적 연구를 통해서 뒤집어진다면, 이 사용과 다른 독립적으로 세계 바깥에서 그 자체로 다시 경험되고 복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시인 김수영은 "술을 먹는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건강한 모습이다. 근심과 답답함과 침울함이 엄습하는 깨지 않는 취기의 고통 속에서도 살아있음을 느끼는 이상야릇한 숙취의 쾌감"이라 말하면서 술을 통해 동물과 같은 본능을 찾아 나섰다.

필자도 많이는 못 먹지만 즐겨 먹는 편이다. 술을 먹고 난 후 엄습하는 죽을 것 같은 숙취에 의한 고통을 감내하고,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돈이 들어가더라도, 술을 먹고 취하면 그 속에서 뭔가 인정받고 위로받는 힘든 삶에 대한 비밀을 열게 될 열쇠를 혹시 하나쯤 쥐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코로나19에 의한 엄혹한 현실이 우리 앞에 있다. 삶이 주는 무겁고 우울한 일상 속에 던저진 채 속수무책으로 살아가야 하는 서민들 발걸음이 갈수록 무거워 지고 있다. 힘든 삶의 길에서 인정받고 위로받고 싶은 비밀 열쇠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비밀 열쇠에 대해 니체는 "매우 건강한 몸을 가졌다면 나는 높고 깊은 사유를 하지 못하였을 것이며 관찰력이나 판단력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하지도,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침착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픈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 사람보다 조금 더 건강하다는 개념과 가치를 알 수 있었으며, 아픈 사람들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마음과 정신을 연마할 수 있었고 참되고 애틋한 경험을 하였다."고 했다.

술에 대해 들뢰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왜 건강한 삶을 선택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것은 건강한 삶보다는 죽음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건강할 때 술에 취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고,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돈이 들어가더라도, 죽음에 대한 비밀을 살짝 엿보고 오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죽음은 건강한 시간에 그려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술은 발효에 의해 만들어지며 선형성이 아니라 비선형성이라는 속성을 가진다. 발효와 상관없는 견고한 것들과 연결된 선형성 삶의 길에서 주체와 자신이 이질화 되어가는 비동일성과 합치되지 못해 대상들과 자신이 괴리되는 모순된 현실을 자의든 타의든 수용해야 한다.

이는 비극도, 자기 부정도 아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주체를 잃은 삶 위에 익명성으로 표류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뛰어나고 강인한 건강을 가진 체력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주체 없는 삶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술을 먹는다는 것은 건강을 앓는 것일 것이다.

주체라고 명명된 나와 동일시는 상상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보이는 것처럼 느끼는 환각 속에서, 웃음 사라진 우울한 눈빛으로 깊은 물 속을 헤매던 이가 문득 깨어나 새벽 공기와 마주치면서, 오직 자신만의 이름으로, 하지만 무명으로 우주 본성으로 되돌아갈 살아있는 시간의 근본을 들여다보게 되었을 때 먹는 것, 이것이 술이며, 이때 취함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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