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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적당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사실 퇴근할 때부터 걱정이었다. 60 중반을 넘어가니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어 장을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문을 열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생수만 가득 들어있었다. 아내가 있을 때는 김치와 밑반찬 가득했던 냉장고 아니던가. 아내가 없으니 냉장고에 들어있던 먹거리조차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급기야 여기저기 서랍을 열어 라면이라도 있는지 찾아 봤지만 없었다.

혹시나 하고 다시 냉장고를 열어 잘 살펴보니 구석에 반찬통 하나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반찬통을 열어 보니 얼마 전 알고 지내던 여인이 꽈리고추를 넣어 직접 만든 멸치볶음이 있었다. 이를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식사하고 난 뒷 정리를 하고 반찬통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나에게 직접 온 반찬통인지 아니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반찬통인지 궁금해졌다. 외지에 유학가 자취 할 때 엄마가 챙겨준 반찬을 다 먹은 뒤, 빈 반찬통을 엄마 집으로 보냈던 기억이 난다. 결혼 후에도 엄마로부터 보내진 반찬들로 냉장고는 언제나 꽉꽉 차 있었다.

간혹 빈 반찬통에 빵을 담아 친구들에게 보냈으며, 보냈던 통은 다른 반찬이 담겨 있거나 여러 먹을거리가 담겨 다시 필자에게 돌아왔던 일들이 생각나는 반찬통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반찬을 챙겨줬던 여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NS에서도 더 이상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몇 개월 후 연락이 왔다. 열심히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찢겨 사라지고 말았으며 방 한 칸 얻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했다. 살아오면서 그랬듯 열심히 일하여 재기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기꺼이 필자에게 반찬을 챙겨줬던 손길이 생각나자 변진섭이 부른 '홀로 된다는 것' 가요 노랫말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별은 두렵지 않아/ 눈물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홀로 된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해" 홀로 돼 어려웠지만 반찬통 인연으로 다시 만나기 때문에 직접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전통시장에 나가 필자가 잘하는 오징어무침을 만들기 위해 오징어, 오이, 미나리, 초고추장 등을 사왔다. 오징어와 미나리를 손질하여 데치고 오이를 먹기 좋게 잘라 초고추장에 버무리니 맛이 그럴듯한 오징어무침이 되었다. 열심히 살아 재기하겠다며 발에 피가 나도록 걸어 다니며 일하는 여인을 생각하니 전혀 수고롭지 않았다.

손 큰 엄마를 닮아 그런지 커다란 찜통 한 가득 만들어졌다. 반찬통을 다시 보내기 위해 반찬통에 한가득 담아놓고, 나머지는 딸에게 보내고, 윗 층에 살고 있는 주인댁과 옆집에 보내 나눠 먹었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위로를 직접 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평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이 그냥 올 것이라는 기대 보다는, 필자가 보낸 반찬통에 무엇이 담겨 돌아올지 기대하는 것은 또 다른 기다리는 즐거움일 것이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은 것은 결코 필자가 잘나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필자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사람들 도움이 있기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혼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지나고 보면 주변에 있는 모두가 필자를 도와주고, 응원해 주었기 때문에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김치통을 내 주었던 여인으로부터 "밥은 먹었는지. 쌀은 떨어지지 않았는지" 메시지가 왔다. 건강과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준 봄꽃 같은 안부가 아닐 수 없다. 가족과 필자를 둘러싸고 있는 귀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벌써 봄꽃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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