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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12 14:55:02
  • 최종수정2021.09.12 14:55:02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의한 경제 위기'라는 뉴스가 실감나는 요즘이다.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10년 넘은 승용차를 끌고 남한강으로 달려본다. 늦은 밤 한가한 도로는 시원스레 뚫려있고 운치 있는 조명으로 옷을 입은 한강 다리들은 강바람과 함께 마음을 달래준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70년대 사춘기시절 즐겨 들었던 합창곡, 교향곡, 폴모리아 연주곡 등이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듣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문득 매일 밤이면 라디오를 놓고 아버지와 신경전을 벌였던 일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집안에 하나뿐인 라디오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가 잠들면 몰래 내 방으로 가져와 밤늦도록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문학과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문학과 음악에 대한 꿈을 이뤄나가면서 살아왔다.

돈이 생긴다면 제일먼저 재산목록 1호로 오디오를 사리라 마음먹고 결혼 후 제일먼저 그 시절 좋다던 인켈오디오를 거금을 투자하여 들여놓기도 했다.

난 해질 무렵 몽상가 소부르주아 시인/ 세상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을 두는 건/ 의자, 작은 방, 개미, 염소// 피와 이슬로 된 술 난 현실 따윈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지만 난 현실을 모르는/ 국문과 교수 허리띠를 헐렁하게 매고/ 거울을 연구하는 교수//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감기엔 맥을 못 춥니다/ 30년 전부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지만!

-이승훈, 「오토바이」 전문

시인이 아날로그적 몽상가답게 '의자, 작은 방, 개미, 염소'에 관심을 두고 있듯 필자도 아나로그적 몽상가답게 아련한 추억이 깃든 LP판이 몹시 보고 싶다. 이사 올 때 한 번 봤던 기억이 전부인 잊혀져가는 추억이다.

시인이 감기에 맥을 못 추며 떠나고 싶어도 나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대학 연구실에 푹 빠져 변함없는 일상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필자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저장용량에 따라 수만 곡도 저장 가능한 스마트폰 음악 플레이어는 쉬지 않고 광속도로 돌아가며 음악을 쏟아내고 있다. 경이로운 기술의 진보를 경험하면서 어느 구석에 먼지 뒤집어쓰며 천덕꾸러기로 변해 웅크리고 앉아있다 어느 순간 치워져버린 가보 1호가 가련하다.

많은 곡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 받아 마음대로 듣고 있자니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 좋아하는 곡이 들어있는 LP판을 구입하여 설레는 가슴으로 들었던 기쁨이 그립다. 이 세상에는 많은 가치 있는 것들이 있지만 손쉽게 얻어지는 것보다 어렵게 얻어지는 가치가 더 가슴 설레게 하고 귀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인생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가는 과정이다. 가을 들녘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향기로운 꽃들을 바라보면서 향기 피어오르는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생각해본다.

가을비가 주척주척 내리고, 코로나19 위기는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경기 또한 어려운 상황이니 자칫 삶에 대한 중심을 잃어 참된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 가치란 값어치가 있는 일을 뜻한다.

자신의 판단에 의해 가치에 대한 순서가 정해지겠지만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라는 사실보다는 '내 스마트폰은 아름다운 선율이 들어있는 음악 감상실이다'라는 차이는 아주 큰 것이다.

사물로 스마트폰이 아니라 내 확실한 주관이 들어있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치 있는 스마트폰과 차이는 크다 할 것이다. 하늘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 왔다. 만산홍엽으로 변한 가을에 인생의 액센트인 좋은 가치를 찾아 나서보자.

조건 없이 피어있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을 찾아 나서자. 평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났다면 지금이라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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