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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21 15:32:39
  • 최종수정2022.04.21 15:32:39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평생 공부했던 철학과 문학 그리고 최근에야 냉담에서 벗어난 신앙 속에서 찾아낸 단어는 '사랑하다'이다. '사랑하다'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상대가 이롭게 되도록 도우며,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바탕이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실이라는 문제 앞에서 지속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사랑하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이와 더불어 불확실한 시대에 살면서 불쑥불쑥 불분명한 난제들과 싸워야 하는 힘겨움도 알아가고 있다. 더 이상 얄팍한 지식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철학과 문학 신앙으로 반성하면서 나를 살펴본다.

철학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예리하게 꿰뚫어 볼 수 있게 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문학은 그 어떤 예술보다 더 뜨겁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다시 찾은 신앙은 냉담으로 오랜 세월 마음속에 스며든 습기로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바로잡아 절대자 앞에 겸손하게 설 수 있도록 했다. 한 순간에 스러지지 않을 것 같은 굳게 닫힌 냉담은 어느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기에 길 잃은 양처럼 세상을 부유하여 떠돌다 길을 찾은 내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면서 사람으로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해봤다. 인간다움에 대한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신앙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무기가 아닐까?

나이 들어 병들어가는 몸, 서서히 허물어져가는 몸을 바라보고 있다. MRI, MRA, CT, 초음파, 심전도 등으로 내 몸을 살핀 결과를 출근하여 CD-ROM으로 살펴봤다. 살펴보는 내내 병들어가는 몸에 철학, 문학, 신앙 따위가 쓸모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사랑하다' 단어를 떠올려봤다. 모든 것을 관통하는 '사랑하다'라는 단어 '사랑'이 곧 존재이유라는 것을 알 것 같다.

'마음이 무겁고 흔들릴 시간이 없다. 남겨진 사랑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그걸 다 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인색한 부자 곳간처럼 내 안에 쌓여서 갇혀 있는 사랑들. 이 곳간 자물쇠를 깨고 여는 일 -거기에서 내 사랑은 시작된다'

'나는 말해야 한다.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면 안 된다. 그것이 내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

―김진영, 『아침 피아노』, 한겨레출판

지켜야하는 사랑이라는 가치, 사랑과 꿈을 찾고 있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순진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사랑이라는 가치는 지속되어야하지 않을까.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242쪽)

'사랑하다'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내 발밑을 잘 봐야(조고각하 照顧脚下)할 것이다. '조고'는 제대로 보면서 반성하는 것을, '각하'는 발밑으로 자신을 뜻한다. 남을 지적하지 말고 자신을 살펴봐야 하며, 가깝고 친밀할수록 배려하고 조심히 살아가야겠다.

'사랑하다'를 생각하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참 나를 만나기 위해 살림이라는 실제 상황들을 내파(內波)하여 가슴 깊숙이 존재하고 있는 낯선 자아를 끄집어내는 시간이 되었다.

독창성과 신선미를 잃어버리고 부유하고 있는 현재 자아를 뛰어넘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힘을 찾아 길을 떠나본다. 일요일 묵주를 손에 쥐고 무지개가 아름답다고 느꼈던 순간처럼, 힘차게 뛰어가는 아이처럼 '해낼 수 있을 거야'라고 속삭여본다.

내 안에 남아있는 우울함과 외로움을 버리고 하늘을 올려다 본 오후, 오늘 석양노을은 아름답게 내 안에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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