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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8.29 16:31:19
  • 최종수정2021.08.29 16:31:19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죽었다'고 했다. 사회가 모든 면에서 고도화 될수록 자신 스스로 사회와 거리를 두면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상태, 즉 개성이 없는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개성이 없거나 있어도 잃어버렸다면 이는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긍정하는 자세와 도전적인 정신으로 사회 속에서 관계망을 찾는 사람이라 했다.

자신을 사랑하면서 주관성에 빠지지 않고, 이성을 잘 통제하여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독특한 정체성으로 화합하면서 고압적인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반짝이는 창의성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일 것이다.

꿈을 가지고 목적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하는 과정도 의미 있고 소중하다.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좌절한 모습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과정을 소중하게 느끼며, 목표와 꿈을 가지고 묵묵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필요하다.

목적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탐욕, 착취, 지나친 소유욕, 자아도취에 빠져 물질만을 찾는 물질 만능주의는 인간성 상실과 인간성 파괴로 나타난다.

세상 중심은 자신임을 의식하면서, 희망과 활력, 적극적 모습으로 책임감 있게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 때, 건강한 사회는 만들어진다. 우리는 건강한 사회관계 속에서 같이 살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자극하여 내적 욕구 표현이 자유롭게 되면, 삶에 대한 궁극적인 가치, 자유와 존엄성을 가진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럴 때 상실된 주체성은(인간 상실)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필자에게 주체성 있는 실체를 발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승용차를 운행하기 위해 운전석 문을 열다 옆에 있는 고급 외제차를 시쳇말로 문콕했다. 문콕 후 이를 어찌해야하나 한동안 몹시 당황했다.

문콕 사실을 차주에게 연락했더니 스크래치 부분을 보면서 "차가 부서진 것도 아니고, 나도 사고를 낼 수 있는데, 괜찮아요! 더구나 이웃인데요!"라는 말을 해왔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아무튼 고맙기 그지없었다.

마지막 콰가얼룩말을 보고 있다/ 앞쪽은 줄무늬가 있고 뒤쪽은 없다/ 얼룩말이면서 말이기도 아니/ 얼룩말이 아니면서 말도 아닌

- 중략

나는 잠깐 아이들이 아빠 엄마를 반반씩 닮았으면 좋겠다,/ 아빠이면서 엄마이기도 아니/ 아빠가 아니면서 엄마도 아닌/ 우리가 콰가얼룩말처럼/ 정직한 종족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 김지녀 '콰가 얼룩말의 웃음소리'

콰가(Quagga)는 남아프리카 초원지대에 무리 지어 살던 얼룩말로 줄무늬가 머리부터 등까지만 있어 겉보기에는 말과 얼룩말의 중간형에 가까운 종으로 유럽인들에 의해 무차별 사냥을 당한 후 1800년대 후반 멸종된 동물이다.

주체성, 정체성을 부여할 수 없는 물질만능주의 한복판에서 마음을 바로잡고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흐트러진 마음을 한마디 말로, 눈빛으로, 실행에 옮기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괜찮다"는 한 마디는 수몰된 인간성 의식 지층을 뚫고 들어가, 주름진 밑바닥에 누워있는 콰가 얼룩말 하얀 뼈처럼 반짝이며, 편안한 지평을 열었다. 현재 드러난 현실 안에 담아낼 수 없는 아이러니한 한 마디 말은 익숙한 질서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믿음, 인간성 상실과 파괴로부터 벗어나 긍정적인 신화와도 같이, "괜찮아!" 한마디는 콰가 얼룩말 웃음소리처럼 되살아나 "정직한 종족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한" 폭염주의보 내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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