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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26 16:13:29
  • 최종수정2023.03.26 16:13:29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만물이 깨어나는 훈풍 불어오자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며, 덧없고 쓸모없는 감정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했는지 되돌아보니 그렇다.

좀 더 잘할 수 없었을까? 더 많이 이해하고 양보 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 아직 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자문해 본다.

지나가버린 날들이 왜 실패했는지,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열등감 휩싸이게 되는 필자 모습을 보게 된다. 현실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던 짧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필자 모습은 지금 얼마나 변해 있을까?

알 수 없음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 이 두려움이 다시 필자를 과거에 묶어두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쉬워하지 않기 위한 완벽한 기대, 그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필자 자신에 대한 자책과 감정은 서서히 우울증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감, 완벽함에 대한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 두려움은 다른 곳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일들은 집착에서 시작된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과거가 돼버린 사건들, 그것은 인연이 아님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는 부질없는 욕심에 대한 결과는 후회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놓아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 이러한 것이 후회와 우울과 절망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이를 심리학에서 퇴행이라 한다. 전진은 정신 요소에 에너지를 부가하지만 퇴행은 정신요소에 대한 대립물들이 충돌하는 가운데 서서히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을 말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계속해서 변화하는 경험과 환경은 정신 구조에 활기를 주고 간접적으로 발달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퇴행은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번 발 담근 강물에 두 번 발 담글 수 없듯 지나가버린 일들로 다시 돌아 갈 수 없다. 아무리 애써도 두 번째 발 담글 수 없듯 흘러가버린 강물에 아쉬워 할 필요가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렇다.

집착만큼 무상한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언젠가 오겠지만 미리 앞날을 걱정하는 일, 경험하지 못한 미래 시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은 커져간다. 미리 걱정하고 염려한다면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음에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앉아서 보고 있는 강물은 미래에서 흘러와 현재 지점을 통과하여 과거로 흘러간다. 과거가 현재를 규정하면 안 되지만 또한 미래가 불안감으로 현재를 규정해서도 안 된다.

살아 있는 이 시간 이 곳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을 튼튼하게 만든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고 성숙한 삶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지금 바로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

충실해야 인간적인 모호함을 견디면 한계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얽매어 지금 여기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뒤흔들어 놓지 않아야겠다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호기심과 긍정성으로 불안을 넘어가야겠다.

인간은 원래 모호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물질인 몸을 가지고 있기에 감각기관을 이용해 확인해야 비로소 안심한다. 확인이 안 되면 자연스럽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뿐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뚫고 나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일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발걸음과 미래로 급하게 내디디려는 마음을 다잡고 늘 현재 이 시점에 서 있도록 자신을 굳건히 할 때 그것이 바로 미래로 나아가는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 역시 아직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위해 현재를 희생 한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위일 것이다. 정신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지금 바로 여기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이젠 자유로운 성숙을 이룰 수 있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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