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흰 말[馬] 속에 들어 있는/ 고전적인 살결,/ 흰 눈이/ 저음으로 내려/ 어두운 집/ 은빛 가구 위에/ 수녀들의 이름이/ 무명으로 남는다/ 화병마다 나는/ 꽃을 갈았다/ 얼음 속에 들은/ 엄격한 변주곡,/ 흰 눈의/소리 없는 저음/ 흰 살결 안에/ 람프를 켜고/ 나는 소금을 친/ 한 잔의 식수를 마신다./ 살 빠진 빗으로/ 내리 훑으는/ 칠흑의 머리칼 속에 나는/ 삼동의 활을 꽂는다.

―김영태, '첼로' 전문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청각 등을 자극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시어 속으로 들어가 첼로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노을빛처럼 곱고 아름다운 색채를 만날 수 있다. 그윽한 울림 속으로 내가 들어간 것이다.

"저음으로 내려/ 어두운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은 힘이 작용하는 내적 노력이나 행동으로 나타난다. 즉 생명 지속은 움직임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자기 본성에 따르는 의식 있는 의지활동으로 건강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노력이나 의욕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첼로 울림은 생명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인간 생명은 자기의식이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 공명되어 울리는 소리는 생명에게 혼을 불어 넣어준다. 그것은 연주자가 원하는 파형을 찾아 직접 악기를 조율하기 때문이라 본다.

보링거는 추상충동에 대해 객관세계에 대한 불안이나 자연에 대한 신뢰감이 사라질 때 내적 불안에서 생긴다고 보고 있다. 봄비 오는 늦은 밤 잠들지 못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가져온 불안일 것이다.

잠 못 드는 나를 위로하듯 첼로 선율은 낮게 고요하게 속삭인다. 새벽에 깨어보니 봄비에 젖어 더욱 왕성해진 수목처럼, 감미로운 속삭임과 생명이 깃든 그윽한 향기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욕구가 있을 때 움직일 수 있다. 본질에 대한 근원욕구인 활동의지는 다른 대상 속으로 들어가 대상 가운데 있을 때 활성화 되며, 적극성을 띠게 된다.

첼로 향기 속에 들어가 '흰 말'과 '흰 눈'에 대한 엄숙함을 듣고 있다. 첼로 저음은 가볍게 떠다니는 음이 아니라 영혼 깊숙이 내려앉는 '중심음'이다. 묵은 술과 오래된 친구와 같은 감미로움을 주는 저음이다.

또한 그 결은 자유 분망함이 아니라 정돈된 엄숙함이다. 고전음악은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작곡되고 연주된 음악을 말한다. 그래서 고전세계는 잘 정리 정돈된 세계라 한다.

때문에 '흰 말', '흰 눈', '흰 살결'은 참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가벼움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고귀하고 진지한 의미가 된다. '수녀들 이름', '얼음', '소금'은 때 묻지 않은 영혼으로 결코 이 세상에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내면 풍경 속에 깊게 내려앉은 첼로 저음은 인생이란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긍정적인 내면세계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 활동 욕구를 키워 가야하는 이유이다.

삶에 대한 본질은 근원적 욕구에서 시작된다. 활동의지는 다른 대상 속으로 자신이 들어갈 때 의미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 대상인 첼로 저음 속으로 들어가 어루만지며 살아 있음을 확인해 본다.

'흰 살결 안에/ 람프를 켜고/ 나는 소금을 친/ 한 잔의 食水를 마'시는 것은 각박한 현실 속에 빛바래고 닳아 사라진 꿈과 희망이지만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첼로 저음처럼 중후한 울림이 있는 삶에 대한 진정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아직 '三冬'인 어둠이지만 '흰 말', '흰 눈', '흰 살결'처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너에게서 보고 싶다. '무명'으로 '람프'로 '소금'으로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 이유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