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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3.24 15:45:35
  • 최종수정2022.03.24 15:45:35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흰 말[馬] 속에 들어 있는/ 고전적인 살결,/ 흰 눈이/ 저음으로 내려/ 어두운 집/ 은빛 가구 위에/ 수녀들의 이름이/ 무명으로 남는다/ 화병마다 나는/ 꽃을 갈았다/ 얼음 속에 들은/ 엄격한 변주곡,/ 흰 눈의/소리 없는 저음/ 흰 살결 안에/ 람프를 켜고/ 나는 소금을 친/ 한 잔의 식수를 마신다./ 살 빠진 빗으로/ 내리 훑으는/ 칠흑의 머리칼 속에 나는/ 삼동의 활을 꽂는다.

―김영태, '첼로' 전문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청각 등을 자극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시어 속으로 들어가 첼로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노을빛처럼 곱고 아름다운 색채를 만날 수 있다. 그윽한 울림 속으로 내가 들어간 것이다.

"저음으로 내려/ 어두운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은 힘이 작용하는 내적 노력이나 행동으로 나타난다. 즉 생명 지속은 움직임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자기 본성에 따르는 의식 있는 의지활동으로 건강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노력이나 의욕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첼로 울림은 생명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인간 생명은 자기의식이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 공명되어 울리는 소리는 생명에게 혼을 불어 넣어준다. 그것은 연주자가 원하는 파형을 찾아 직접 악기를 조율하기 때문이라 본다.

보링거는 추상충동에 대해 객관세계에 대한 불안이나 자연에 대한 신뢰감이 사라질 때 내적 불안에서 생긴다고 보고 있다. 봄비 오는 늦은 밤 잠들지 못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가져온 불안일 것이다.

잠 못 드는 나를 위로하듯 첼로 선율은 낮게 고요하게 속삭인다. 새벽에 깨어보니 봄비에 젖어 더욱 왕성해진 수목처럼, 감미로운 속삭임과 생명이 깃든 그윽한 향기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욕구가 있을 때 움직일 수 있다. 본질에 대한 근원욕구인 활동의지는 다른 대상 속으로 들어가 대상 가운데 있을 때 활성화 되며, 적극성을 띠게 된다.

첼로 향기 속에 들어가 '흰 말'과 '흰 눈'에 대한 엄숙함을 듣고 있다. 첼로 저음은 가볍게 떠다니는 음이 아니라 영혼 깊숙이 내려앉는 '중심음'이다. 묵은 술과 오래된 친구와 같은 감미로움을 주는 저음이다.

또한 그 결은 자유 분망함이 아니라 정돈된 엄숙함이다. 고전음악은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작곡되고 연주된 음악을 말한다. 그래서 고전세계는 잘 정리 정돈된 세계라 한다.

때문에 '흰 말', '흰 눈', '흰 살결'은 참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가벼움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고귀하고 진지한 의미가 된다. '수녀들 이름', '얼음', '소금'은 때 묻지 않은 영혼으로 결코 이 세상에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내면 풍경 속에 깊게 내려앉은 첼로 저음은 인생이란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긍정적인 내면세계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 활동 욕구를 키워 가야하는 이유이다.

삶에 대한 본질은 근원적 욕구에서 시작된다. 활동의지는 다른 대상 속으로 자신이 들어갈 때 의미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 대상인 첼로 저음 속으로 들어가 어루만지며 살아 있음을 확인해 본다.

'흰 살결 안에/ 람프를 켜고/ 나는 소금을 친/ 한 잔의 食水를 마'시는 것은 각박한 현실 속에 빛바래고 닳아 사라진 꿈과 희망이지만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첼로 저음처럼 중후한 울림이 있는 삶에 대한 진정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아직 '三冬'인 어둠이지만 '흰 말', '흰 눈', '흰 살결'처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너에게서 보고 싶다. '무명'으로 '람프'로 '소금'으로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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