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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4.11 16:30:03
  • 최종수정2021.04.11 16:30:03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코로나19 감염병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은 성큼 다가 왔으며,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한 도시 얼굴은 꽃바람 냄새와 포근한 봄날 햇살로 가득 채워졌다.

한강자전거도로엔 화려한 젊음들이 달리는 멋진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으며, 필자 또한 겨우내 움츠린 몸을 깨워, 저전거를 정비하여 바람을 가르며 한강자전거도로를 달렸다.

조선선비는 10대 鷹(매 응), 20대 風(바람 풍), 30대 酒(술 주), 40대 色(풍류 색), 50대 蘭(난초 란), 60대 石(수석 석) 등 6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20대엔 바람을 가르는 風임을 봤을 때,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風으로 20대가 즐기는 취미임을 알 수 있다.

나이 들어 산을 오르는 것도 즐거움이고, 들판을 달리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몸에 별 무리를 주지 않는 20대 風인 자전거로 라이딩 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잘 만들어진 한강자전거도로를 봄꽃과 어우러진 강물 따라 달리다 보면 세상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행복감으로 충만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기원전 2300년경 중국에서 두 개 바퀴를 대나무로 만들어 타고 다녔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를 '행복한 용'이라 불렀다고 한다. 다빈치가 설계한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에 실린 탈것은 지금 자전거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자전거는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지만 자전거 프레임에는 기하학이 들어있다. 프레임과 타이어, 톱니바퀴, 체인 등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직선운동은 악기 여럿이 협주하는 협주곡을 닮았다.

하나의 톱니가 만들어 낸 점과 체인이 맞물린 직선 운동, 삼각형 구조인 프레임이 가지고 있는 앞으로 나가려 하는 기하학 운동, 굴러가는 운동을 하는 원이 만들어낸 협주곡이 봄날 봄꽃을 만나 희망이라는 기하학 율동을 보여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의 보임인 경이로운 기하학 율동에 희망이 더해지니 잠들어 있던 영혼과 주변 사물들이 일제히 깨어나 경쾌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톱니라는 점과 직선인 체인이 만나고, 체인은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 빛나는 바퀴를 돌려 삼각형 프레임과 함께, 면인 땅위를 굴러가면서 입체 운동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백 개의 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흘러갔던 바퀴가/ 다시 나를 향해 달려온다

(……)

차가운 내 살 속에도 자갈과 모래처럼, 또 나뭇잎처럼 켜켜이 쌓인 사람들이 있다

(……)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모든 사물이 제자리로 가기 위해 흔들린다,는 생각

- 김지녀, 『시소의 감정』, 「여진」 부문.

봄이 오자 코로나19로 겨우내 움츠려 들었던 몸이, 좌절과 절망에 빠져있던 "수 백 개의 뼈"가 만들어낸 의지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흘러갔던 바퀴가/ 다시 나를 향해 달려"오듯 새로움이 돋아나는 봄은 희망과 함께 "나를 향해 달려"왔다.

봄바람은 "차가운 내 살 속에" "자갈과 모래처럼, 또 나뭇잎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의지를 깨워 마음을 흔들었다. "제자리"는 평범하면서도 익숙한 명칭이다. 새싹들이 움트고 있는 좋은 봄날 "제자리" 찾아가는 봄날은 이렇게 찾아왔다.

"기차처럼 몸을 떨"면서 "제자리"에 묵묵 피어나고 있는 봄이 희망을 앞세우고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질서들을 중지시킨 찬바람 불던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사물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자전거 두 바퀴 협주곡은 경쾌하였으며, 경쾌함으로 새로운 하루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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