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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60이면 이순(耳順)으로 귀가 순해진다 했다. 이는 소리가 귀로 들어와 마음과 통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바 없고, 아는 것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60이 넘으면 세상 풍파에 시달리지 않고 내 자신 안에 국가를 세워 중심 잡고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 불확실한 시간들이 귀신도 모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싸워야 한다. 유난히 필자에게 불안은 지속되는 사랑에 대한 결핍이다. 다가서는 듯하다가 미끄러지는 슬픈 사랑, 봉합되는 듯하다가 찢어지고 깨져버리는 사랑, 자의든 타의든 깨져버린 사랑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처연한 뒷모습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시간을 경험했다.

사랑이란 사유하는 생명체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출발한다. 사랑은 관계를 통해 존재 이유를 만들며, 또한 힘든 삶을 이길 수 있는 의미를 주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사랑을 상실하거나 떠나보낸 사람은 뜨거운 피와 심장을 가진 존재라 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내포된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서로 코드(code)가 맞아야 한다.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유희에 가까운 사랑은 실패하기 쉽고, 커다란 고통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며,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진정성 있는 "그대를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한다" 선언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봤지만 사랑의 신은 화살을 확실하게 비켜가게 했다.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하여 잘 가꾸면서 키워온 사랑이라는 씨앗이 경제력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소실되어 저 먼 우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착한 개 한 마리처럼/ 나는 네 개의 발을 가진다// 흰 돌 다음에 언제나 검은 돌을 놓는 사람/ 검은 돌 다음에 흰 돌을 놓는 사람/ 그들의 고독한 손가락// 나는 네 개의 발을 모두 들고 싶다, 헬리콥터처럼/공중에// 그들이 눈빛 없이 서로에게 목례하고/ 서서히 일어선다// 마침내 한 사람과 그리고 한 사람

- 김행숙, 「착한 개」 전문

지상에 있는 먹이만을 찾는 "네 개의 발을 가진" 개로 변신해 주기 바라는 여인이 있었다. 내면 공간에 본질도 배경도 이데아도 없는 모습이었다. 영혼에 대한 증거와 고귀한 사랑을 해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커가는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분재처럼 쉽게 알 수 있는 범위에 사랑을 가두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감각적으로 재현해낸 사랑을 이데아로 향하게 하고 싶은 욕구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흰 돌 다음에 언제나 검은 돌을 놓는 사람/ 검은 돌 다음에 흰 돌을 놓는 사람"들을 보면서 봉합되고 미끄러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역시 미끄러지고 말았다.

차례대로 바둑판에 돌을 놓듯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이데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욕망을 키워갈수록 나는 조금씩 고독해져 갔다. 고독이 괴로움과 결합하면 결국 추락하고 마는 사태가 발생하듯 추락하고 말았다.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떠 있고 싶은 강한 욕망과, 지상의 먹이가 상호충돌하는 일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본래 지니고 있는 상승에 대한 욕망과 현실 먹이 세계에서 "그들이 눈빛 없이 서로에게 목례하고/ 서서히 일어" 났듯 우리는 눈빛 하나 주지 않고 물거품처럼 헤어지고 말았다.

봄이 왔다. 작은 사랑에 대한 씨앗을 내 고유한 정체성에 담아 심어본다. 서서히 자라 잘 커가도록, 싹이 나고 뿌리가 잘 내리도록 정성을 모아 봐야겠다. 사랑은 순수하고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행위여야 하기 때문이다. 빛은 굽혀가지 않는다.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밝은 빛처럼 한눈팔지 않는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을 꿈꿔보는 봄날, 아직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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