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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16 14:59:55
  • 최종수정2020.02.16 14:59:55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꿈이며, 허깨비이며, 그림자와 이슬 같고 또한 번개 같다"(금강경 사구게)라고 하지만 인간은 욕망 없이 살아가지 못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해 스피노자는 "욕망은 주어진 정서에 따라 어떤 것을 할 수 있도록 결정된다고 파악되는 한에서 인간 본질" 그 자체라 했다.

욕망은 본질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시작점이며, 고통과 쾌락, 슬픔과 기쁨 사이에서 삶을 지탱시키는 동력과 근원으로 욕망을 욕망하면서 시작된다. 통제할 수도 벗어날 수 없는,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다가서면 저만치 도망가는 욕망, 사막에 있는 신기루와 같은 욕망과 함께 지내고 있다.

욕망을 갖고 있는 '나'(주체)와 관계 맺고 있는 욕망인 '너'(대상)를 분리해 나가면서 주체인 '나'라는 자아를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인식된 자아는 욕망이 욕망하는 욕망으로 다양하게 외부세계와 반응한다.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욕망을 빌헬름 분트나 윌리엄 맥도갈은 식욕·성욕·무리 지어 살아가는 군거(群居)·모방·호기심·투쟁·도피로, 마르크스는 식욕, 프로이트는 성욕, 니체와 아들러는 권세욕으로 구분했다.

이 욕망을 풍선에 비유해볼 수 있다. 헬륨가스에 의해 부풀어 오른 풍선 속에 돈, 명예, 취업, 사랑, 행복에 대한 욕망이 가득 차 있다.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채워진 풍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꽉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 그럴수록 더욱 꽉 쥐고 있어야 하는 지상의 꿈이 꿈틀대고 있다. 로또복권을 사는 이유는 지상의 꿈을 이루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길에서 만난 아이손에 들려진 풍선은 순수한 꿈이 담겨있다.

잘못 실수하여 풍선을 놓아 버릴까 봐 꼬옥 실을 붙잡고 걷는 천진한 아이 팔이 부르르 떨리듯 부르르 떨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에는 십팔평 칸칸의 집들이 밤새 욕설처럼 뱉어낸/ 악몽을 열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운명도 팔자도 모르는 화단의 꽃들은 표정이 없다/ 동네를 떠나는 이들은 정해져 있다/ 전보다 조금 더 살림을 말아먹은 아내와/ 그들을 자식으로 두고 죽은 노인들이다/ (…) 밤이면 아파트가 울고, 울음소리는/ 근처 으슥한 공원으로 기어나가 흉흉한 소문들을 갈기처럼 세우고 돌아온다/ 새벽까지 으르렁거린다/ 십팔, 십팔평 임대아파트에 평생을 건 사람들을 품고/ 아파트가 앓는다, 아파트가 운다/ 아프다고 콘크리트 벽을 쾅쾅 주먹으로 머리로 받으면서 사람들이 운다

- 최금진, 『새들의 역사』 , 「아파트가 운다」 부분

"임대아파트"에 "평생을 건" 사람들에 대한 소박한 욕망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이들에 대해 연민은 보이지 않는다. 희망찬 긍정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십팔평 칸칸의 집들이 밤새 욕설처럼 뱉어낸/ 악몽"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칸트는 "아름다움만이 주체를 미혹하지 않으면서 실재에 도달할 수 있다" 했다. 하지만 추하게 왜곡되어있는 "칸칸의 집들"에 의해 아름다움은 정면으로 반박당하고 있다.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있을 것은 있어야 한다. 있어야 할 것이 없고, 갖추어야 할 것이 갖추어지지 않을 때, 우리 생활은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십팔, 십팔평" "아파트"도 없는, 한 평의 땅도 없는 사람들이 "콘크리트 벽을 쾅쾅 주먹으로 머리로 받으면서 사람들이" 울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풍선을 꼭 쥐고 가는 아이 마냥 우리 목숨줄을 애타게 붙잡고 있는 것이 있다. 붙잡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누군가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없는, 풍선 줄 같은 목숨이 있기에 다시 희망을 안고 일어서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한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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